생존 소설 아카이브 3회 - 설악산 조난기 2화
“일단 응급처치부터...”
창수는 배낭에서 응급처치 키트를 꺼냈다. 탄력 붕대로 발목을 단단히 고정하고, 진통소염제를 복용했다. 그러고는 차가운 계곡물에 발목을 담가 부기를 가라앉히려는 동작을 취했다. 잠시 소지품을 점검했다. 다행히 배낭은 무사했다. 차박용 텐트와 침낭, 간단한 식량과 물, 그리고 각종 생존 도구들이 그대로 들어있었다. 하지만 발목 부상으로 인해 상황은 훨씬 심각해졌다.
4. 첫 번째 밤의 준비
“일단 울산바위 등산로로 올라가 보자.”
창수는 떨어진 지점으로 돌아가려고 위치를 살폈다. 하지만 부상한 발목으로는 도저히 몇 걸음조차 걸을 수 없었다. 천불동계곡의 가파른 경사와 미끄러운 바위, 그리고 점점 어두워지는 하늘, 무엇보다 부상한 발목이 그의 시도를 제한시켰다.
“어둠 속에서 젖은 화강암 암벽을 부상한 몸으로 오르는 건 자살행위야.”
창수는 현실을 받아들였다. 오늘 밤은 여기서 보내기로 작정했다. 캠핑 밴이 있는 주차장까지는 거리가 멀었다. 침착하게 주변을 둘러본 그는 천불동계곡 지류의 큰 바위 틈새를 발견했다. 타프를 이용해 임시 쉘터를 구축했다. 가이 라인을 트럭커스 히치 매듭으로 고정하고, 바닥에는 그라운드시트를 깔아 습기를 차단했다. 특전사 시절 배운 야전 생존술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5. 첫 번째 밤의 불청객
밤 9시경, 창수는 좁은 피난처에서 간단한 저녁을 해결하고 있었다. 에너지바 하나와 물 한 모금으로 요기를 마치려던 그때였다.
“클클... 클! 쿵쿵쿵...”
멀지 않은 곳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창수의 온몸에 긴장이 돌았다. 그 야생 울음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특전사 시절 산악 지역에서 훈련하며 들어본 적이 있는 소리였다.
“멧돼지...”
조용히 배낭에서 전술용 나이프를 꺼낸 창수는 소리 나는 쪽을 주시했다. 동시에 휴대용 헤드램프를 손에 쥐었다. 멧돼지는 후각이 예민하지만, 시각은 상대적으로 둔하다. 빛을 활용한 견제가 필요했다. 덤불 사이로 검은 그림자가 나타났다. 몸집이 제법 큰 멧돼지였다. 비를 피하려는지 창수의 피난처 근처를 어슬렁거리며 다가왔다.
‘아... 달려든다면 난감하군...!’
창수는 숨을 죽였다. 멧돼지와의 조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놀라게 하지 않는 것이었다. 갑작스러운 움직임이나 소리는 공격성을 유발할 수 있었다. 멧돼지가 5m 거리까지 접근했을 때, 창수는 조심스럽게 헤드램프를 켰다. 급작스러운 불빛에 멧돼지가 멈칫했다. 그리고 몇 초간의 정적 후, 멧돼지는 다행히 방향을 바꿔 다른 곳으로 사라졌다.
“휴...”
창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방심할 수는 없었다. 이곳이 야생동물들의 영역임을 분명히 인식해야 하는 것이었다. 그날 밤, 창수는 2시간마다 깨어나 페리미터 체크를 했다. 특전사 시절 배운 경계근무의 습관이 자연스럽게 몸에 밴 덕분이었다.
<계속>
<캠핑생존바이블 > 저자 유경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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