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소설 아카이브 16회 - 나는 혼자가 되었다 5화 홀로 남은 바다 (2)
체온이 점점 떨어지면서 남방주는 자신의 몸 상태를 점검해보았다. 구명조끼 외에 몸에 있는 물건들을 확인해본 것이다. 허리춤에 찬 빈 수통 2개가 단단히 매여 있었다.
‘이 수통들이 나를 살린 거 같아...’
500ml짜리 플라스틱 수통 2개였다. 물이 들어있지 않은 빈 수통이라 공기가 들어있어서 추가적인 부력을 제공해주었다. 수통들이 큰 파도에도 몸을 받쳐 주었다.
‘나중에 물을 구하면 이 수통에 저장할 수 있겠어...’
빈 수통이지만 생존에는 매우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었다. 만약 비가 오면 빗물을 받을 수 있고, 어딘가에 민물이 있다면 저장할 수 있었다. 바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식수였다.
“아, 내 핸드폰...”
주머니를 뒤져보니 방수 처리된 핸드폰이 있었다. 하지만 바다 한가운데라 여전히 전파가 잡히지 않았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배터리를 아껴야 한다고 생각한 그는 전원을 껐다. 나중에 육지나 섬에 도착하면 사용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손목시계도 아직 멀쩡하네...’
방수 기능이 있는 디지털 손목시계였다. 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도 생존에 도움이 될 것이었다. 해가 뜨고 지는 시간을 파악하고, 얼마나 표류했는지 기록할 수 있었다. 그 외에는 별다른 물건이 없었다. 옷은 낚시복 차림이었는데, 다행히 방수 기능이 어느 정도 있어서 체온 유지에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바닷물의 추위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것들이 전부구나... 낚시복으로 살아 남을 수 있을까...’
밤 10시, 완전한 어둠이 바다를 덮었다. 달빛과 별빛만이 희미한 빛을 제공할 뿐이었다. 낮에는 그나마 주변을 살펴볼 수 있었지만, 밤이 되자 시야가 극도로 제한되었다.
‘몸이 굳어지는 거 같아...’
남방주는 조금씩 움직였다. 가만있으면 심장이 멎을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밤바다는 완전히 다른 세계였다. 낮에는 파랗고 아름다웠던 바다가 이제는 검은 괴물처럼 느껴졌다. 파도 소리도 더욱 무섭게 들렸고, 바람 소리는 마치 유령의 울음소리 같았다.
“으으으... 너무 추워...”
온몸이 떨리면서 체온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아무리 방수복을 입었다고 해도 몇 시간 동안 차가운 바닷물에 잠겨 있으면 체온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손가락과 발가락의 감각이 점점 사라져갔다.
‘체온을 유지해야... 계속 움직여야 산다...’
남방주는 의식적으로 팔다리를 움직였다. 수영하듯이 움직이는 것은 아니고, 그저 혈액순환을 위해 관절을 움직이는 정도였다. 너무 격렬하게 움직이면 체력만 소모되고, 전혀 움직이지 않으면 체온이 떨어질 것이었다.
‘아...! 졸리네...’
밤 11시, 절망감이 밀려왔다. 이런 상태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구조선은 언제 올까. 아니면 영원히 오지 않는 걸까.
‘저체온증을 막아야지... 내 아내... 딸... 미안해... 죽을 거 같아...’
가족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걱정에 찬 눈으로 기다리고 있을 아내의 모습, 창가에 서서 아빠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딸의 모습... 눈물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간신히 삼켰다. 떠날 수 없다는 처절한 현실 앞에서 울음을 터뜨리면 더욱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질 것 같았다. 감각을 잃어버린 몸, 그 가슴 깊숙한 곳에서 시어지는 느낌이 올라왔다.
‘아니야, 포기하면 안 돼. 나는 꼭 살아서 돌아갈 거야...!’
그는 살려는 의지로 노력했다. 지금 포기하면 정말 모든 것이 끝나는 거였다. 가족들을 다시 만나려면, 집으로 돌아가려면 끝까지 버텨야 하는 것이었다.
“나는 살아남을 거야! 꼭 살아남을 거야...!”
바다를 향해 소리쳤다. 목소리는 파도 소리에 묻혀버렸어도 그 외침은 자신의 의지를 다지는 주문이었다.
자정이 가까워지자 남방주는 극도의 피로를 느꼈다. 몇 시간 동안 긴장 상태를 유지하며 바닷물 속에 있으니 정신적, 육체적으로 한계가 다가 오고 있었다.
‘잠들면 안 돼... 잠들면 죽어...’
← [15회차 보기] | [17회차 보기] →
🔔 회차를 놓치지 않으려면 팔로우(구독) 버튼을 눌러 주세요!
👉 📌 이 블로그 팔로우하기
🌐 전체 회차 보러 가기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