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소설 아카이브 5회 - 설악산 조난기 제4화
4화 멧돼지 츌현
“이 정도면 견고할 거야...”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불이었다. 젖은 환경에서 불을 피우는 건 쉽지 않았지만, 창수는 특전사 훈련에서 배운 기술을 활용했다. 설악산에 흔한 소나무 껍질과 송진, 그리고 방수 성냥을 이용해 작은 불씨를 만들었다. 불이 타오르자 비로소 안도감이 들었다. 불은 체온 유지뿐만 아니라 설악산의 야생동물들을 쫓아내는 데 딱 좋았다.
두 번째 밤이 깊어갈 무렵, 예상치 못한 위기가 창수를 덮쳤다. 갑작스럽게 불어닥친 강풍이 그의 쉘터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바람은 점점 거세져 텐트 플라이시트가 찢어질 듯 팽팽하게 당겨졌다.
“이런, 날씨가 급변하고 있어... 돌풍이야...”
창수는 서둘러 가이라인을 재점검했다. 버터플라이 매듭과 트럭커스 히치로 고정한 로프들이 강풍에 맞서 버티고 있었지만, 한계가 있었다. 특전 기법의 필드크래프트 기술이 진정한 시험대에 오른 것이었다. 더 큰 문제는 체온 저하였다. 강풍으로 인해 윈드칠 효과가 극대화되면서 창수의 체온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손가락 끝이 저려 오고 턱이 덜덜 떨렸다. 하이포써미아의 초기 증상이었다.
“집중해야 해. 패닉은 금물이다.”
창수는 즉시 서바이벌 프로토콜을 가동했다. 먼저 레이어링 시스템을 재점검했다. 베이스레이어 위에 인슐레이션 레이어를 추가하고, 아웃터 쉘로 방풍을 강화했다. 그리고 비박용 비비색을 꺼내 추가적인 보온층을 만들었다. 하지만 진짜 위기는 지금부터였다.
새벽 3시, 창수의 텐트 바로 앞에서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헤드램프를 조심스럽게 켜자, 초록빛 눈동자 두 개가 어둠 속에서 반짝였다. 대형 멧돼지 수컷이었다. 어젯밤과는 차원이 다른 송아지보다 큰 크기였다.
“이번엔 장난이 아니야...”
창수의 심장이 요동쳤다. 수컷 멧돼지는 공격성이 암컷보다 훨씬 강했다. 더욱이 자신의 영역에 침입한 인간에 대한 경계심이 극도로 높아진 상태였다. 멧돼지가 앞발로 땅을 긁으며 돌진 준비 자세를 취했다. 이 순간 창수의 머릿속에 예전에 읽었던 『캠핑생존바이블』의 내용이 떠올랐다.
“멧돼지 조우시 대처 요령... 첫째, 절대 등을 돌리고 도망치지 말 것. 둘째, 큰 소음과 빛으로 위협할 것. 셋째, 자신의 몸집을 최대한 크게 보이게 할 것. 넷째, 후퇴할 때는 천천히 뒤로 물러날 것...”
조그맣게 중얼거린 창수는 침착하게 책에서 배운 대응법을 머릿속으로 그려보며 행동에 옮겼다. 타프를 방패 삼아 머리 위로 높이 들어 자신의 실루엣을 키우고, 다른 손에는 토치를 쥐었다. 불빛과 큰 실루엣으로 위협을 가하는 전략이었다.
“하아아아...!”
창수는 있는 힘을 다해 괴성을 질렀다. 동시에 토치를 좌우로 흔들며 자신의 몸집을 최대한 크게 보이려고 위장했다. 캠핑생존바이블과 특전사에서 배운 야생동물 대처법이 하나로 합쳐지는 순간이었다. 핵심은 먼저 공격하지 말고, 위협하여 물러서게 만드는 것이었다. 멧돼지는 잠시 주춤했다. 하지만 곧 다시 돌진 자세를 잡았다. 이번엔 진짜였다. 순간 창수의 머릿속에 특전사 시절 교관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절체절명의 순간에는 냉정함이 생존의 열쇠다. 패닉하는 순간 죽는다.”
창수는 배낭에서 쿠킹 세트를 꺼내 알루미늄 컵과 접시를 마구 두들겨댔다.
“깡깡깡...!”
시끄러운 금속 소음이 고요한 새벽 산을 가득 채웠다. 동시에 헤드램프를 스트로브 모드로 전환해 강렬한 점멸 빛을 만들어냈다.
“꿀꿀꿀...!”
멧돼지가 혼란스러워하며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여전히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창수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스탠리 컵을 바닥에 두들기며 더 큰 소음을 만들었다. 마침내 멧돼지가 돌아서서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창수는 온몸에서 힘이 빠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아직 방심할 수 없었다. 새벽까지 2시간마다 페리미터 체크를 하며 경계 태세를 유지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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