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소설 아카이브 13회 - 나는 혼자가 되었다 제4화 남영호의 최후 (2)

 



최 선장이 최대한 침착하게 상황을 수습하려 했지만, 사실 27톤 규모의 남영호에는 50명 전체를 수용할 수 있는 구명정이 없었다. 법정 안전장비는 갖추고 있었지만, 이런 긴급상황에서는 터무니없이 부족했다. 남방주는 비틀거리며 일어나 김 씨 아저씨를 찾았다. 그는 갑판 한구석에서 머리를 감싸고 앉아있었다.

 김 아저씨, 괜찮으세요?”

젊은이... 이거 정말 큰 일이야. 배가 점점가라앉고 있어.”

 김 씨 아저씨의 목소리에는 30년 바다 경험자도 어쩔 수 없는 절망이 섞여 있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살아남을 확률이 얼마나 낮은지 잘 알고 있었다. 오후 130, 남영호의 기울기는 더욱 심해졌다. 이제 갑판에서 똑바로 서 있기도 어려웠다. 승객들은 높은 쪽으로 몰려들며 서로를 밀치기 시작했다.

 비켜! 비켜봐!”

구명정은 몇 개나 있어!”

우리 모두 탈 수 있어?”

 혼란 속에서 최 선장이 확성기로 안내했다.

구명정은 20명용 1척뿐입니다! 먼저 노약자와 여성부터...!”

하지만 생사가 달린 상황에서 질서를 유지하기는 어려웠다. 승객들은 구명정을 향해 달려들었고, 서로를 밀치며 혼란스러운 상황이 벌어졌다. 남방주는 이 혼란을 피해 갑판 끝으로 겨우 갔다. 그는 허리에 찬 빈 수통 2개를 다시 단단히 매었다. 이것들이 부력에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여보... ... 미안해. 아빠가 무사히 돌아갈게...’

그는 핸드폰을 꺼내 마지막 문자를 보내려 했지만, 여전히 전파가 잡히지 않았다. 절망감이 밀려왔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다. 오후 2, 드디어 남영호가 침몰하기 시작했다. 배의 앞부분이 물속으로 가라앉으면서 뒷부분이 하늘을 향해 치솟았다. 마치 거대한 고래가 물속으로 다이빙하는 모습 같았다.

배가 가라앉는다...!”

승객들의 절규가 폭풍 소리를 뚫고 울려 퍼졌다. 구명정에 탄 20명 정도는 간신히 배에서 떨어져 나갔지만, 나머지 30여 명은 여전히 침몰하는 배 위에 있었다. 기다릴 수 없다고 판단한 남방주는 바다로 뛰어들었다. 차가운 바닷물이 온몸을 감쌌고, 거센 파도가 그를 이리저리 밀어냈다.

으으으...!”

차가운 바닷물을 마시며 숨이 막혔지만, 구명조끼 덕분에 겨우 떠 있을 수 있었다. 허리 수통 2개도 부력에 도움이 되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다른 승객들도 여기저기 떠 있었다. 하지만 거센 파도 때문에 서로 가까이 가기는 어려웠다. 모든 사람이 각자도생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도와줘요...!”

살려줘...!”

승객들의 구조 요청 소리가 들렸지만, 이런 폭풍 속에서는 서로 도울 수도 없었다. 각자가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으로 버틸 수 밖에 없었다. 남방주는 김 씨 아저씨를 찾으려 했지만 보이지 않았다. 산더미같은 파도가 시야를 가렸고, 폭풍우 때문에 몇 미터 앞도 보기 어려웠다. 잠시 후 남영호는 완전히 사라졌다. 불과 몇 분 전까지 50여 명이 함께 있던 배가 이제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것이었다. 거대한 바다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계속해서 파도를 일으키고 있었다.

이러다가 죽겠네... 정신 차리자...!”

오후 230, 남방주는 차가운 바닷물에 떠서 주변을 살펴보았다. 멀리서 구명정이 보였지만, 파도 때문에 다가갈 수 없었다. 다른 승객들도 여기저기 떠 있었지만, 점점 멀어져 가고 있었다.

이제 정말 혼자구나...’

현실이 실감 나기 시작했다. 사람들과 함께 떠났던 즐거운 낚시여행이 이렇게 끔찍한 해난사고로 변해버렸다. 그리고 지금 자신은 서해 바다 한가운데서 홀로 표류하고 있었다. 바람은 여전히 강했고, 파도는 자신을 이리저리 밀어냈다. 구명조끼가 있다고 해도 이런 거센 바다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 내가 살 수 있을까...? 한 번 해보자...!”

포기할 수는 없었다. 집에서 기다리고 있는 아내와 딸을 생각하면 절대 포기할 수 없었다. 그는 이를 악물고 버티기로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승객들의 모습이 하나둘 보이지 않기 시작했다. 구명정도 폭풍에 휩쓸려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이제 정말로 남방주 혼자만 남았다.

오후 3, 폭풍은 조금씩 약해지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위험한 수준이었다. 남방주는 파도에 떠밀리며 어디론가 흘러가고 있었다. 방향감각도 완전히 잃어버린 상태였다.

해경이 구조하러 올 거야. 조금만 버티면 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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