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소설 아카이브 29회- 나는 혼자가 되었다 - 제9화: 생존의 기술(4)

 



남방주는 모닥불을 다시 지피며 기다렸다. 갈매기들의 울음소리는 계속되었다. 평소보다 훨씬 많은 갈매기가 참여하고 있는 것 같았다. 마치 경보를 울리는 것 같았다. 해가 완전히 떠오르자, 남방주는 갈매기들이 소란을 피우는 곳으로 향했다. 절벽 근처에 가니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밤사이 큰 물고기 한 마리가 해안가로 밀려와 있었다. 죽은 물고기였다.

 

참치인가... 아니면 다랑어?”

 

1미터가 넘는 큰 물고기였다. 갈매기들이 그 둘레를 맴돌며 먹이를 차지하려고 경쟁하고 있었다. 남방주는 놀랐다. 이런 큰 물고기는 처음 보는 것이었다. 물고기는 아직 신선해 보였다. 밤에 죽어서 새벽에 밀려온 것 같았다. 남방주는 갈매기들을 조심스럽게 물리치고 물고기에 다가갔다.

 

이거... 이거면 며칠은 먹을 수 있겠어!”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혼자서 이 큰 물고기를 다 처리할 수는 없었다. 상할 수도 있었다. 그리고 갈매기들도 이 물고기를 노리고 있었다. 남방주는 갈매기들과 타협하기로 했다. 자신이 필요한 만큼만 가져가고, 나머지는 갈매기들에게 맡기는 것이었다. 어차피 다 처리할 수도 없었고, 갈매기들과 공존해야 했다.

 

좋아... 나눠 먹자.”

 

남방주는 칼로 물고기를 잘랐다. 하루 이틀 먹을 만큼만 가져갔다. 나머지는 갈매기들이 알아서 처리할 것이었다. 갈매기들은 남방주가 물러나자 다시 몰려들었다. 하지만 적대적이지는 않았다. 오히려 고마워하는 것 같았다. 독차지하지 않고 나눠주었기 때문일까.

 

우리도 이제 진짜 친구네.”

 

남방주는 웃었다. 갈매기들과의 관계가 더욱 돈독해진 것 같았다. 이 섬에서 함께 살아가는 동료들이었다. 큰 물고기 덕분에 오늘은 음식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남방주는 다른 작업에 집중할 수 있었다. 첫 번째로 빗물을 모을 수 있는 장치를 만들었다. 큰 나뭇잎들을 연결해서 깔때기 모양으로 만들고, 플라스틱 통에 연결했다. 비가 오면 깨끗한 빗물을 모을 수 있을 것이었다.

 

다음은...”

 

두 번째로 신호 도구를 만들었다. 밤에 찾은 쓰레기 중에 거울 조각이 있었다. 햇빛을 반사해서 신호를 보낼 수 있을 것이었다. 또한, 연기 신호를 위해 젖은 풀과 나뭇잎을 모아뒀다.

 

이제... 이제 정말 준비가 됐어.”

 

남방주는 만족스러웠다. 며칠 전만 해도 막막했는데, 이제는 체계적인 생존 시스템을 구축한 것 같았다. 음식, , 잠자리, 그리고 구조 신호까지... 오후에는 섬을 한 바퀴 돌아보기로 마음먹었다. 아직 가보지 않은 곳들이 있었다. 혹시 더 유용한 것들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섬의 북쪽은 절벽이 높아서 올라가기 어려웠다. 하지만 남쪽은 비교적 완만해서 산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남방주는 정상을 향해 올라가기 시작했다.

 

...! 와이드 하네...”

 

올라갈수록 시야가 넓어졌다. 섬 전체가 한눈에 들어왔고, 주변 바다도 훨씬 멀리까지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다른 육지는 보이지 않았다. 사방이 온통 바다였다.

 

여긴 정말... 외딴 무인도 구나.”

 

남방주는 새삼 자신이 얼마나 고립된 곳에 있는지 실감했다. 하지만 동시에 이 섬의 아름다움도 느꼈다. 푸른 바다, 갈매기들이 날아다니는 절벽, 울창한 숲... 마치 원시 그대로의 자연이었다. 정상에서 내려오는 길에, 남방주는 특이한 나무를 발견했다. 열매가 달린 나무였다. 작고 빨간 열매들이 주렁주렁 달려있었다.

 

이거... 먹을 수 있을까?”

 

남방주는 조심스럽게 열매를 따서 냄새를 맡아봤다. 달콤한 향이 났다. 하지만 함부로 먹을 수는 없었다. 독이 있을 수도 있었다. 일단 몇 개만 따서 가져왔다. 작은 조각을 먹어보고 반응을 지켜본 후, 안전하다고 판단되면 더 먹을 계획이었다.

 

저녁이 되자 남방주는 하루를 정리했다. 큰 물고기를 얻었고, 빗물 수집 장치를 만들었고, 신호 도구도 준비했다. 그리고 새로운 식량원도 발견했다. 정말 알찬 하루였다.

 

생선을 익혀야지...”

 

모닥불을 피우고 물고기를 구워 먹으면서, 그는 지난 며칠을 돌아봤다. 처음에는 절망적이었지만, 하루하루 조금씩 나아지고 있었다. 생존의 기술을 익혀가고 있었다.

 

아직... 포기할 때가 아니야.”

 

남방주는 중얼거렸다. 비록 언제 구조될지 모르지만, 그때까지 버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이 섬에서 살아갈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갈매기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이제는 친근한 소리였다. 이 섬의 일상이었고, 생명의 소리였다. 남방주도 이제 이 섬의 일부가 된 것 같았다.

 

, 집에 가고 싶다...”

 

불꽃을 바라보며 가족들을 생각했다. 아직도 그리웠지만, 절망적이지는 않았다. 언젠가는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다. 그때까지 자신은 살아있을 것이었다. 반드시. 바다로 달이 떠올랐다. 둥근 보름달이었다. 달빛이 바다를 은빛으로 물들였고, 파도가 잔잔하게 반짝였다. 아름다운 밤이었다.

 

내일은... 뭘 해볼까...?”

 

남방주는 계획을 세웠다. 어망을 더 개선해서 큰 물고기를 잡아보고 싶었다. 그리고 신호 연기도 한 번 시험해볼 생각이었다. 혹시 지나가는 배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잠들기 전, 그는 가족들을 생각했다. 아내의 따뜻한 미소, 딸의 까랑까랑한 웃음소리... 그 모든 것이 그를 살게 하는 힘이었다.

 

... 꼭 돌아갈게.”

 

그의 속삭임이 밤바람에 실려 바다 위로 날아갔다. 저 멀리,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전해지기를 바라며... 갈매기들의 자장가 같은 울음소리와 함께, 남방주는 평화로운 잠에 빠져들었다. 내일 또 다른 하루가 기다리고 있었다. 생존의 하루, 희망의 하루가... 이제 그는 정말로 이 섬에서 살아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문명인에서 야생인으로, 도시인에서 자연인으로 변화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변화는 그를 더 강하게 만들고 있었다. 다음날 눈을 뜬 그는 잠시 생각에 젖었다.

 

여기... 너무 빨리 적응하는 걸까...’

 

무인도 표류 4일째, 남방주는 단순한 조난자가 아니었다. 이 섬의 주민이 되어가고 있었다. 갈매기들과 친구가 되고, 바다의 리듬을 이해하며, 자연의 법칙에 따라 살아가는 진정한 생존자가 되고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자신의 마음 깊은 곳에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이 타오르고 있었다. 그 간절함이 그를 살게 하는 가장 큰 힘이었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는 한, 그는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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