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소설 아카이브 6회 - 설악산 조난기 제5화

 5화 구조



이튿날 아침, 창수는 심각한 상황에 직면했다. 밤새 내린 안개로 인해 가시거리가 10m도 되지 않았다. 설악산 특유의 짙은 산안개가 천불동계곡 전체를 뒤덮고 있었다. 더 심각한 것은 발목 상태였다. 이틀째 되는 날 부기가 더욱 심해져서 발목이 퉁퉁 부어올라 있었다.

 

큰일났네, 이 상태로는...”

 

창수는 발목을 재점검했다. 복숭아뼈 주변이 검보라색으로 변해있고, 만지기만 해도 극심한 통증이 느껴졌다. 분명히 골절이거나 심각한 인대 손상이었다. 더는 미룰 수 없었다. 구조를 요청하기 결정했다. 나침반과 지도만으로는 정확한 위치 파악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창수는 특전사에서 배운 데드 레코닝 기법을 동원했다. 하지만 부상한 발로는 정상적인 이동조차 어려웠다. 즉석 목발에 의존한 채로 걸음 수를 세어가며 거리를 측정하고, 나침반 베어링을 정확히 유지하며 천불동계곡 본류를 따라 이동했다.

 

50보 걸음마다 멈춰서 쉬어야 했다. 발목의 통증이 극심해서 의식을 잃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진통제를 추가로 먹었지만, 한계가 있었다. 오후 1시경, 체력이 바닥나고 발목 통증이 절정에 달했을 때, 창수는 마지막 도박을 걸었다. 천불동계곡 중류의 높은 화강암 바위에 기어올라가 시그널 미러로 햇빛을 반사시켜 SOS 신호를 보내는 것이었다.

 

...”

 

부상당한 발목으로 바위를 오르는 것은 고문에 가까웠지만, 다른 선택이 없었다. 조그만 거울 조각으로 만든 반짝임을 비선대 방향으로 보내며 간절히 기도했다. 동시에 호루라기로 세 번 짧게, 세 번 길게, 다시 세 번 짧게 부는 국제 조난 신호를 반복했다.

 

오후 230, 기적이 일어났다.

 

여기요! 여기 사람이 있어요!”

 

창수의 목소리가 천불동계곡에 메아리쳤다. 멀리서 응답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설악산국립공원 산악구조대의 목소리였다.

 

실종자 발견! 천불동계곡 중류 지점! 헬리콥터 착륙 가능한 지점 있나요?”

저는 괜찮습니다! 부축한다면 걸어서 비선대까지 갈 수 있어요!”

 

창수는 눈물이 핑 돌았다. 48시간의 극한 생존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그의 배낭에는 아직도 반 이상의 써바이벌 키트가 남아있었다. 파라코드, 덕트테이프, 멀티툴, 퍼스트에이드 킷... 모든 것이 그의 생명을 지켜준 동반자들이었다.

 

! 이젠 살았네...”

 

구조대원들이 도착했을 때, 창수는 의외로 침착한 모습이었지만 심각하게 부상한 상태였다. 왼쪽 발목이 퉁퉁 부어올라 있고, 검은색으로 완전 변색되어 있었다.

 

발목 부상이 심각해 보이는데요. 언제부터 이랬나요?”

이틀 전 추락할 때부터요. 아마 복숭아뼈에 금이 갔거나...”

 

구조대원은 즉시 응급처치를 시작했다. 발목을 단단히 고정하고 들것을 준비했다.

 

걸을 수 있겠어요?”

이틀 동안 목발 대용으로 버텼는데, 이제는 한계예요.”

대단하네요. 특전사 출신이시군요?”

 

구조대장이 물었다.

 

어떻게 아셨죠?”

일반인이라면 이 정도 부상으로 이틀을 버틸 수 없거든요. 체계적인 써바이벌 스킬과 정신력이 생명을 구한 케이스예요.”

 

창수는 조용히 미소 지었다. 48시간 동안 그의 머릿속에서는 수많은 서바이벌 매뉴얼들이 실시간으로 작동했다. 캠핑생존바이블에서 배운 야생동물 대처법, 특전사에서 익힌 부상 관리, 쉘터 빌딩, 시그널링, 퍼스트에이드, 네비게이션... 모든 것이 완벽하게 들어맞은 극한의 서바이벌이었다. 특히 부상한 상태에서의 생존은 더욱 극적이었다.

 

에필로그

 

며칠 후, 창수는 속초의 한 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받았다. MRI 결과 왼쪽 발목 복숭아뼈에 실제로 미세 골절이 있었고, 인대도 심하게 늘어나 있었다. 의사는 깜짝 놀랐다.

 

이 정도 부상으로 이틀 동안 산에서 버티셨다고요? 보통 사람이라면 움직이기도 힘들었을 텐데...”

특전사에서 배운 인내력과... 평소에 서바이벌 책자를 자주 읽어둔 덕분이죠.”

그래도 무리하셨어요. 잘못했으면 영구 장애가 올 수도 있었습니다.”

 

다행히 독거미에 물린 상처나 진드기로 인한 감염은 없었다. 몇 개의 찰과상과 근육통, 그리고 발목 골절이 전부였다. 6주간 깁스를 하고 재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의사가 조언했다. 깁스를 한 채로 설악산국립공원 소공원 주차장을 다시 찾았을 때, 창수는 자신의 캠핑 밴이 그대로 서 있는 것을 보고 안도감이 밀려왔다. 관리사무소에서 실종신고 접수와 함께 차량을 보호해 주었던 것이었다.

 

한 달 후, 깁스를 푼 창수는 다시 설악산을 찾았다. 이번에는 안전한 소공원 산책로를 따라, 목발을 짚고 천천히 걸었다. 비선대 폭포에서 바라본 울산바위의 위용은 그 어느 때보다 경외로웠다.

 

자연은 아름답지만, 결코 만만하지 않다는 교훈을 온몸으로 체험한 그는, 산의 웅장함 앞에서 다시 겸손해졌다. 그리고 부상당한 상태에서도 생존할 수 있게 해준 특전사 훈련과 평소 읽어둔 캠핑생존바이블같은 서바이벌 지식에 깊이 감사했다. 그 생생했던 48시간의 경험은 그의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특히 극한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정신력과 체계적인 생존 지식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았다.

 

산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고, 앞으로도 그곳에 있을 것이다. 다만, 산에 오르는 사람의 준비와 마음가짐, 그리고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이 그 만남의 결과를 좌우할 뿐이었다.

 

창수는 이제 더욱 많은 서바이벌 서적을 읽고, 더 체계적인 준비를 하여 다시 설악산의 정상에 서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절대 혼자가 아닌, 동료들과 함께 안전하게 말이다. <끝>

 

다음 시즌 2무인도 표류기 "나는 혼자가 되었다" 장편 소설을 연재 합니다.

 

생존에 관한 모든 해법은 아래 도서에 있습니다. 

<캠핑생존바이블> 저자 유경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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