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소설 아카이브 18회 - 나는 혼자가 되었다 6화 새벽의 기적(1)

 




“으음...”

 

희미한 신음소리와 함께 남방주의 의식이 서서히 돌아왔다. 머릿속이 띵하고, 온몸이 바위에 부딪힌 듯 아팠다. 쨍쨍한 햇볕이 얼굴을 내리쬐고 있었고, 입안은 바짝 말라있었다.

 

목이... 목이 말라...’

 

극심한 갈증이 밀려왔다. 혀가 입천장에 달라붙은 것 같았고, 침을 삼키려 해도 침이 나오지 않았다. 눈을 뜨려 했지만 강한 햇빛 때문에 눈이 부셨다.

 

찰싹... 찰싹...”

 

귀에 익은 파도 소리가 들려왔다. 어디선가 들어본 소리였는데... , 바닷소리였다. 남방주는 천천히 눈을 떴다. 처음에는 눈이 부셔서 제대로 볼 수 없었지만, 점차 시야가 선명해졌다.

 

여기가... 어디지...?’

 

주위를 살펴보니 자신이 갯바위 사이에 끼어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갯바위에 걸려있다는 표현이 맞았다. 파도가 밀려올 때마다 하반신이 바닷물에 잠겼다가, 파도가 빠지면 다시 드러나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 이게 뭐지...?”

 

자세히 보니 낚시복 바지 자락이 갯바위에 붙은 굴껍질에 걸려있었다. 그 때문에 파도에 휩쓸려가지 않고 이곳에 걸려있을 수 있었던 것이었다. 만약 이 굴껍질이 없었다면, 아마 바다로 떠내려가 버렸을 것이었다.

 

살았구나... 기적적으로 살았어...’

 

남방주는 조심스럽게 몸을 움직여 보았다. 다행히 큰 부상은 없는 것 같았다. 몸 곳곳이 아프긴 했지만, 움직일 수는 있었다. 구명조끼도 여전히 착용하고 있었고, 허리춤의 수통 2개도 그대로 있었다.

 

푸하...!”

 

파도가 밀려와 얼굴에 바닷물이 튀었다. 반사적으로 입을 벌렸는데, 짠 바닷물이 입 안으로 훅 들어왔다.

 

! 으윽... ...”

 

엄청나게 짠맛이 혓바닥을 자극했다. 목이 마른 상황에서 짠 바닷물은 목젖에 달라붙어 따갑게 느껴졌다. 갈증이 더욱 엄습했다. 남방주는 바지가 걸린 굴껍질을 조심스럽게 떼어내며 갯바위로 올라갔다. 온몸에는 끈적한 미역과 해초들이 감겨있었다. 썩은 비린내가 코를 찔렀다.

 

으악... 이게 뭐야...”

 

미역을 떼어내려 하는데 생각보다 끈질겼다. 꽤 오랫동안 바다에서 떠다녔나 보다. 한동안 겨우 미역을 떼어낸 후,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곳은... 섬이야...”

 

자신이 있는 곳은 작은 섬이었다. 갯바위로 둘러싸인 해안가에서 안쪽으로 보니, 낮은 언덕과 숲이 보였다. 그리고 그 너머로는 작은 산봉우리도 보였다.

 

, 살았구나...”

 

남방주는 중얼거리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죽을 뻔했는데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그것도 육지에... 아니 섬이지만 어쨌든, 바다가 아닌 곳에 도착했다. 손목시계를 보니 오전 8시였다. 남영호가 침몰한 것이 어제 오후 2시쯤이었으니, 거의 18시간 동안 바다에서 표류한 셈이었다. 그중 대부분은 의식을 잃은 상태였지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됐을까...?’

 

낙시꾼들의 모습이 뇌리에 어른거리자 김 씨 아저씨와 다른 승객들이 걱정되었다.

 

혹시 이 섬에 다른 생존자들도 있을까. 아니면 나만 홀로 이곳에 떠밀려온 걸까...’

 

갯바위를 완전히 벗어난 남방주는 해안가 모래밭에 발을 딛었다. 다리에 힘이 없어서 비틀거렸지만, 그래도 땅을 밟는다는 것 자체가 기적 같았다.

 

우와...”

 

해안가에서 섬 안쪽을 바라보니 생각보다 큰 섬이었다. 작은 산이 있고, 숲이 우거져 있었다. 산 능선 한쪽에는 절벽이 보였는데, 그곳에는 하얀 새들이 무수히 많이 보였다.

 

저건... 갈매기들인가?”

 

자세히 보니 정말 갈매기들이었다. 수백 마리는 되어 보이는 갈매기들이 절벽 곳곳에 앉아있거나 날아다니고 있었다. 그들의 울음소리가 섬 전체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끼야악...! 끼야악...!”

 

갈매기들의 울음소리는 활기차고 생명력이 넘쳤다. 이 섬이 살아있는 섬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갈매기들이 살 수 있다면 물도 있고, 먹이도 있다는 뜻이었다. 남방주는 해안가를 따라 걸으며 섬의 전체적인 모습을 머리 속에 담았다. 해안가는 대부분 갯바위로 이루어져 있었고, 몇 곳에는 작은 모래사장도 있었다.

 

걷다가 뒤쪽으로 돌아가니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해안가에 온갖 쓰레기들이 떠밀려와 있었다. 스티로폼 상자, 페트병, 비닐봉지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 대부분 중국어로 표기되어 있었다.

 

이런... 쓰레기들이 이렇게 많이...”

 

하지만 쓰레기들 사이에는 유용한 물건들도 보였다. 신발, 옷가지, 플라스틱 통들... 이런 것들은 생존에 도움이 될 수 있었다. 남방주는 쓰레기 더미를 뒤져보았다. 운동화 한 짝, 비닐 우비, 빈 플라스틱 통 몇 개를 발견했다. 플라스틱 통들은 물을 저장하는 데 유용할 거 같았다. 빈 통조림 깡통에는 수저와 나이프가 들어있었다. 그것을 발견한 그는 눈이 커졌다.

 

, 필수품이야... 헌데, 이 섬은... 아무도 사는 사람이 없는 무인도인 것 같네...’

 

주위를 아무리 둘러봐도 사람이 살고 있다는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집도 없고, 길도 없고, 인공적인 구조물도 보이지 않았다. 오직 자연 그대로의 모습만 있을 뿐이었다. 멀리 수평선을 바라보니 육지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사방이 모두 바다였다. 이 섬이 얼마나 바다 한가운데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완전히 고립된 무인도구나... 구조가 쉽지 않겠어...’

 

극심한 갈증이 다시 밀려왔다. 바닷물을 조금 마신 탓에 더욱 목이 말랐다. 생존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물을 찾는 것이 급선무였다.

 

... 물을 찾아야 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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