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소설 아카이브 10회 - 나는 혼자가 되었다. 3화 폭풍전야 (2)
<테풍 속의 남염호>
그때서야 최 선장도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창밖을 보니 바람이 거세지고 있었고, 파도도 점점 높아지고 있었다.
“박 기관장, 즉시 닻을 올려! 지금 당장 출발한다!”
“네, 알겠습니다!”
박일수는 서둘러 엔진을 시동 걸었다. 하지만 2시간 전에 출발했다면 충분히 안전했을 것을, 지금은 이미 바다 상황이 나빠지기 시작한 후였다. 새벽 4시 30분, 갑작스러운 엔진 소리에 승객들이 하나둘 깨어나기 시작했다. 남방주도 비상 사이렌 같은 소리에 잠에서 깼다.
“어? 왜 이렇게 일찍 엔진을 켜지...?”
창밖을 보니 아직 해도 뜨지 않았는데 배가 움직이고 있었다. 다른 승객들도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선장님, 무슨 일입니까?”
김 씨 아저씨가 선장실로 올라가 물었다.
“아, 네... 기상이 조금 나빠질 것 같아서 미리 출발합니다. 별일 아니니까 걱정할 일이 아닙니다.”
최 선장은 애써 평온한 척했지만, 목소리에는 긴장감이 배어있었다. 승객들도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챘다. 새벽 5시, 해가 떠오르기 시작했지만, 어제와는 전혀 다른 풍경이었다. 하늘에는 먹구름이 몰려있었고, 바람이 강하게 불기 시작했다. 파도도 어제보다 훨씬 높았다.
“이거... 날씨가 많이 안 좋아졌네요....”
남방주가 갑판에 나와서 말했다. 바람 때문에 말소리가 잘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그러게 말이야. 어제까지는 좋았는데...”
김 씨 아저씨도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30년 넘게 바다낚시를 해온 그도 이런 급작스러운 기상변화는 처음 경험해보는 것이었다. 선장실에서는 계속해서 긴급 기상정보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 현재 풍속이 시속 90킬로미터를 넘어서고 있으며, 파고는 4m까지 치솟고 있습니다. 서해상의 모든 선박은 즉시 가장 가까운 항구로 긴급 대피하시기 바랍니다...”
하지만 남영호의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항구까지는 3시간 이상 걸렸다. 게다가 바다 상황이 계속 악화하고 있어서 예정 시간보다 훨씬 더 걸릴 것 같았다. 오전 6시, 아침 식사 시간이 되었지만, 배가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해서 요리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승객들은 갑판에 나와 있기도 힘들 정도로 바람이 강해졌다.
“선장님, 정말 괜찮은 건가요?”
불안해진 승객 하나가 선장실로 올라가 물었다.
“네, 괜찮습니다. 조금만 참으시면 항구에 도착할 거예요.”
하지만 최 선장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없었다. 사실 그도 이런 상황은 처음이었다. 기상예보에서 예고도 없이 갑자기 이런 폭풍이 몰아친 것은 정말 예상 밖이었다. 오전 7시, 바람은 더욱 강해졌고 파도는 5m까지 치솟았다. 남영호는 거대한 파도에 떠밀려 마치 종이배처럼 요동치기 시작했다.
“어우, 멀미가...”
“이거 정말 위험한 것 아니야?”
승객들은 하나둘 선실로 들어가 몸을 웅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선실 안에 있어도 배의 심한 요동 때문에 앉아 있기조차 힘들었다. 남방주는 김 씨 아저씨와 함께 갑판 한쪽 구석에서 난간을 붙잡고 있었다. 바람이 너무 강해서 말하기도 힘들었다.
“김 아저씨, 이런 경험 있으세요?”
“30년 바다 생활 하면서... 이런 건 처음이야... 뭔가 잘못되고 있어...”
김 씨 아저씨의 경험으로도 이 상황은 매우 위험했다. 평소에 태풍이 오더라도 기상청에서 며칠 전부터 예보를 내는데, 이렇게 갑자기 몰아치는 폭풍은 본 적이 없었다.
<계속>
← [9회차 보기] | [11회차 보기] →
🔔 회차를 놓치지 않으려면 팔로우(구독) 버튼을 눌러 주세요!
👉 📌 이 블로그 팔로우하기
🌐 전체 회차 보러 가기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