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소설 아카이브 4회 - 설악산 조난기 3화 새벽 위기

3화 새벽 위기



먼동이 트는 새벽 4시 경, 비는 그쳤지만 짙은 안개가 설악산을 뒤덮었다. 창수는 몸을 일으키며 상태를 재 점검했다. 밤새 습기로 인해 몸이 쿨쿨 떨렸지만, 레이어링 시스템 덕분에 체온 유지에는 성공했다. 비비색에서 나와 몸을 움직이려는 순간, 발끝에 뭔가 차가운 것이 스쳤다.

...”

창수의 동작이 얼어붙었다. 헤드램프를 조심스럽게 켜서 발밑을 비춰보니, 굵은 몸통의 뱀이 또아리를 틀고 있었다. 삼각형 머리와 짧은 꼬리, 그리고 둔탁한 몸짓과 무늬 색으로 보아 살모사였다.

독사...”

동작을 정지한 창수는 극도로 몸을 천천히 움직였다. 뱀은 온도에 민감하지만, 진동에는 더욱 예민한 파충류였다. 급격한 움직임은 공격을 유발할 수 있었다. 특전사 훈련 중 뱀 대처법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먼저 시선을 뱀에서 떼지 말고, 천천히 거리를 벌리는 것이 기본이었다. 창수는 마치 슬로우모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조심스럽게 뒤로 물러났다.

아주 천천히...’

다행히 뱀은 공격 의사를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밤사이 몸을 데우기 위해 찾아온 것 같았다. 충분한 거리를 확보한 후, 창수는 긴 나뭇가지를 이용해 뱀을 다른 곳으로 유도했다.

이런 곳에서 하룻밤을 더 보낼 수는 없어.”

창수는 마음을 굳혔다. 해가 뜨면 반드시 이곳을 벗어나야 한다고 마음먹었다해가 떠오르자 설악산 특유의 화강암 봉우리들이 아침 햇살에 붉게 물들었다. 창수는 왼쪽 발목의 통증을 참으며 천불동계곡 지류의 높은 바위 위로 천천히 올라갔다. 밤새 부기가 더 심해져서 등산화조차 제대로 신을 수 없었다.

이 정도론 정상적인 산행은 불가능하다...”

발목을 재 점검 해보니 복숭아뼈 주변이 보라색으로 변해있었다. 생존 훈련 시 배운 의료 지식으로 판단해보니 최소의 염좌, 최악의 경우 골절상을 입은 것 같았다나침반과 설악산 등산 지도를 꺼내 현재 위치를 추정했다.

울산바위 코스에서 천불동계곡 방향으로 떨어졌으니... 비선대에서 울산바위로 가는 중간 지점... 아마 여기서 남쪽으로 200m 정도 벗어난 지류 상류부 어디선가...”

창수는 배낭에서 등산용 스틱을 꺼내 즉석 목발을 만들었다. 파라코드를 이용해 스틱 두 개를 연결하고, 겨드랑이 받침을 만들어 체중을 분산시켰다.

천불동 계곡 본류를 따라 내려가면 비선대를 거쳐 소공원, 그리고 주차장의 캠핑 밴까지... 하지만 이 발목으론...”

걸을 때마다 고통이 따랐지만, 정신력으로 버텨야 하는 운명이었다오전 10시경, 천불동계곡 지류의 습한 지역을 지나던 창수의 목 뒤쪽에 날카로운 아픔이 스쳤다.

이게, 뭐야...!”

손으로 목을 쓸어 내리자 작은 벌레 하나가 떨어졌다. 진드기였다. 그것도 피를 빨아 부풀어 오른 상태였다.

이런...”

창수는 즉시 진드기를 제거했지만,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목과 팔, 다리 곳곳에서 간지러운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옷을 들춰보니 여러 마리의 진드기가 붙어있었다. 특전사 시절 정글 훈련에서 배운 대로, 창수는 침착하게 하나씩 제거했다

"진드기... 지독하네..."

나이프 끝을 이용해 조심스럽게 떼어냈다. 진드기를 잘못 제거하면 머리 부분이 피부에 남아 감염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었다. 더 큰 문제는 독거미였다. 작은 웅덩이 근처에서 물을 보충하려던 순간, 손등에 날카로운 아픔이 스쳤다. 검은색에 빨간 무늬가 있는 거미가 창수의 손을 물고 있었다.

아휴...! 젠장!”

재빨리 거미를 털어낸 창수는 물린 부위를 확인했다. 다행히 거미는 작았고, 독성이 강한 종류는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방심할 수는 없었다. 배낭에서 간단한 구급 약품을 꺼내 상처 부위를 소독했다. 그리고 부기가 올라오는지 지켜보며 계속 이동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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