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소설 아카이브 19회 - 나는 혼자가 되었다 6화 새벽의 기적(2)



6화 새벽의 기적 (2)

남방주는 섬 안쪽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갈매기들이 살고 있다는 것은 분명히 민물이 있다는 뜻이었다. 새들도 물 없이는 살 수 없으니까. 해안가에서 조금 올라가니 풀들이 자라고 있는 평지가 나왔다. 그리고 그 너머로는 울창한 숲이 보였다. 숲에서는 다양한 새들의 지저귐이 들려왔다.

 

짹짹... 끼룩끼룩...”

 

갈매기들의 울음소리 외에도 다른 새들의 소리가 들렸다. 이 섬에는 생각보다 많은 생명체가 사는 것 같았다. 남방주는 새들의 소리를 따라 숲속으로 들어갔다. 나무들 사이로 햇빛이 부서져 들어오고, 풀냄새와 나무 냄새가 났다. 바다에서 맡던 비린내와는 전혀 다른, 생명력 넘치는 냄새였다.

 

새들이 물을 마시러 가는 곳이 있을 거야...’

 

숲속을 조심스럽게 걸어가며 새들의 움직임을 관찰했다. 갈매기들이 어딘가로 날아가는 것을 보고, 그 방향을 따라갔다. 10분 정도 걸었을까. 갑자기 새들의 소리가 더욱 활발해졌다. 그리고 물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졸졸졸...”

물소리...!”

 

남방주는 급히 그 방향으로 향했다. 나무들 사이를 헤치고 나아가니, 작은 공터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 한구석에...

 

샘물이다...!”

 

작은 바위틈에서 맑은 물이 솟아나고 있었다. 그 물은 작은 웅덩이를 만들며 고여있었고, 웅덩이 주변에는 새들의 발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새들이 여기서 물을 마시는구나...”

 

웅덩이는 지름이 1m 정도 되는 작은 크기였지만, 바닥이 보일 정도로 맑았다. 그리고 바위틈에서 계속 새로운 물이 솟아나고 있었다. 남방주는 조심스럽게 웅덩이에 다가가 손으로 물을 떠서 맛을 봤다.

 

...”

 

약간의 짠맛이 느껴졌다. 완전한 민물은 아니었다. 아마 바닷물이 조금 섞인 것 같았다. 하지만 바닷물보다는 훨씬 연했고, 마실 수 있는 수준이었다.

 

이 정도면... 마실 수 있어...”

 

남방주는 양손으로 물을 떠서 조심스럽게 마셨다. 약간의 짠맛과 흙냄새가 났지만, 그래도 물이었다. 극심한 갈증을 해소하기에는 충분했다.

 

푸하...! 살겠다...”

 

목을 축이고 나니 쪄 든 몸이 정말 살아나는 기분이었다. 탈수 증상으로 흐릿했던 의식도 또렷해졌다. 허리춤의 빈 수통을 꺼내 물을 가득 채웠다. 나중에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도록 저장해두는 것이었다. 2개의 수통 모두 가득 채우니, 마음이 조금 놓였다.

 

이제 물은 해결됐어... 당분간은 버틸 수 있겠어...’

 

샘물 근처의 평평한 바위에 앉은 남방주는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해봤다. 일단 물은 구했으니,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구조 신호를 보내야 하나? 아니면 먼저 이 섬을 더 알아봐야 하나...?’

 

구조 신호를 보내는 것이 급선무인 것 같았다. 연기를 피우거나, 해안가에 SOS 표시를 만들거나, 높은 곳에 깃발을 달거나...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한 가지 걱정되는 것이 있었다.

 

만약 이 섬이... 해적이나 범죄자들이 숨어있는 곳이라면...?’

 

무작정 구조 신호를 보냈다가 나쁜 사람들을 불러들일 수도 있었다. 특히 이런 외딴 무인도는 범죄자들이 은신처로 사용하기 좋은 곳이었다.

 

우선 이 섬을 더 자세히 알아보자. 정말 아무도 없는지, 위험한 게 없는지 확인하고 나서 구조 신호를 보내는 게 좋겠어...’

 

남방주는 신중하게 판단했다. 성급하게 행동했다가 더 큰 위험에 빠질 수도 있었다. 물도 구했으니, 이제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식량이었다. 이 섬에 먹을 수 있는 것들이 있을까. 과일이나 견과류, 혹은 바다에서 잡을 수 있는 생선이나 조개류들 따위는 중요한 식량이었다.

 

배가 고프긴 한데... 일단 섬을 더 둘러보자...’

 

하지만 갑자기 엄청난 피로감이 몰려왔다. 18시간 동안의 표류, 의식을 잃었던 상태, 그리고 지금까지의 긴장감... 모든 것이 한꺼번에 몰려오는 것 같았다.

 

으음... 너무 피곤해...”

 

눈꺼풀이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몸도 나른해지고, 정신도 흐릿해졌다. 아드레날린이 빠지면서 극도의 피로가 밀려오는 것이었다.

 

잠깐만 쉬어야겠어... 조금만...’

 

남방주는 샘물 근처의 부드러운 풀밭에 몸을 맡겼다. 구명조끼를 베개 삼아 눕자, 하늘이 보였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파란 하늘이었다.

 

살았구나... 정말 살았어...’

 

안도감이 밀려왔다. 어제 이맘때까지만 해도 50명과 함께 즐겁게 낚시를 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혼자 무인도에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가족들은... 나를 찾고 있을까...?’

 

아내와 딸의 얼굴이 떠올랐다. 아마 남영호 침몰 소식을 듣고 많이 걱정하고 있을 것이었다. 생사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가족들이 얼마나 불안해할까...

 

빨리 구조돼서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어쩔 수 없었다. 일단 살아남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이 섬에서 버티면서 구조의 기회를 기다려야 하는 것이었다.

 

짹짹... 끼룩끼룩...”

 

새들의 지저귐이 자장가처럼 들려왔다. 샘물 소리와 멀리서 들려오는 파도 소리도 평화로웠다. 생명의 위험에서 벗어났다는 안도감과 극도의 피로감이 합쳐져, 남방주는 서서히 잠에 빠져들었다.

 

으음...”

 

남방주는 편안한 잠에 빠졌다. 바다에서 표류할 때의 차가움과 공포는 이제 사라졌다. 따뜻한 햇볕과 부드러운 풀밭, 그리고 안전하다는 안도감이 그를 깊은 잠으로 이끌었다. 꿈속에서 그는 집에 있었다. 아내가 따뜻한 밥을 차려주고, 딸이 아빠를 부르며 달려오는 모습을 꿈꿨다. 평범했지만 소중했던 일상의 모습들이었다.

 

갈매기들의 울음소리가 꿈속까지 들려왔다. 하지만 이제는 무섭지 않았다. 오히려 생명이 있다는 희망적인 소리로 들렸다.

 

끼야악... 끼야악...!”

 

바람이 나뭇잎을 흔드는 소리, 멀리서 들려오는 파도 소리, 그리고 새들의 지저귐... 무인도의 자연스러운 소리가 그의 잠을 지켜주고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남방주는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 죽음의 바다에서 벗어나 생명의 섬에 도착한 첫날, 그는 마치 어머니의 품처럼 따뜻한 자연의 품에서 평화로운 잠을 자고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이제 진짜 생존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물은 구했지만, 음식은 아직이었고, 잠잘 곳도 마련해야 했고, 무엇보다 구조받을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이었다. 남방주의 무인도 생존기가 이제 시작되고 있었다. 절망적인 표류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았지만, 진짜 시련은 이제부터였다. 하지만 적어도 목숨은 건졌다. 그리고 물도 구했다. 이제 남은 것은 의지와 지혜였다.

 

무인도의 오후 햇살이 잠든 남방주를 따뜻하게 비추고 있었다. 새로운 삶이 시작되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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