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소설 아카이브 32회 그 남자의 하루 2화-언더커버(2)
“내일도 같은 시간에 나오세요. 오늘 일하는 모습을 보니까 금방 적응할 것 같네요.”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강철은 겸손하게 대답했다. 첫날치고는 성공적이었다. 적어도 의심받지는 않는 것 같았고, 몇 가지 중요한 정보도 수집했다. 식당을 나선 이강철은 차가운 밤공기를 깊이 들이마셨다. 온종일 긴장했던 어깨가 조금씩 풀리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진짜 일이 시작이었다. 오늘은 단지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한 것에 불과했다.
‘음... 요원들이 기다릴 텐데...’
그는 골목을 걸으며 핸드폰을 꺼냈다. 파트너인 구성진에게 보낼 간단한 문자였다.
‘쌍둥이 포장마차에서 만나자.’
서면 한복판에 자리한 포장마차는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제법 많은 손님이 북적이고 있었다. 이강철은 구석 자리에 앉아 소주와 인주를 시켰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익숙한 얼굴이 나타났다. 구성진 경사였다. 서른두 살의 그는 이강철보다 세 살 어렸지만, 파트너로서는 최고의 호흡을 자랑했다. 오늘은 대리운전 기사로 분장한 모습이인상적이었다.
“형님, 안녕하신가요, 마...”
구성진이 자연스럽게 인사했다. 주변에 누가 듣고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지만, 아직은 안심할 수 있었다. 이번 작전의 성공을 위해 신분 세탁을 3번이나 했기 때문이었다.
“어서 와. 앉아.”
두 사람은 마치 오랜 친구처럼 자연스럽게 대화를 시작했다. 겉으로는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그들만의 은밀한 정보 교환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오늘 일은 어땠어요?”
“그럭저럭. 새로운 직장에 적응하려니 힘들긴 하네.”
이강철이 소주를 한 모금 마시며 대답했다. 그의 말에는 이중적인 의미가 담겨 있었다.
“사장은 어떤 분이에요?”
“까다로워 보이지만, 나름 괜찮은 것 같아. 그런데 손님들이 좀 특이해.”
구성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의 대화는 계속해서 은유와 암시로 가득했다. 일반인이 듣기에는 평범한 직장인들의 수다였지만, 실제로는 중요한 수사 정보들이 오가고 있었다.
“어제 말한 그 사람은 봤어요?”
“아직. 하지만 관련된 사람들은 몇 명 봤지. 특히 장 사장이라는 사람이 인상적이었어.”
구성진의 눈빛이 예리해졌다. 장팔수에 대한 언급이었다.
“내일은 어때요? 계속 출근하시는 거죠?”
“당연하지. 이제 시작인데.”
두 사람의 대화는 30분간 이어졌다. 겉으로는 소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평범한 남자들이었지만, 실제로는 치밀한 작전 계획을 점검하고 있었다. 대리운전 요청이 들어왔다며 자리에서 일어선 구성진이 말했다.
“그럼 내일도 연락드릴게요.”
포장마차 밖을 응시하던 구성진이 잠시 멈춰 뒤를 돌아봤다. 그건 추적자가 없다는 뜻이었다. 순간을 놓치지 않은 이강철은 다섯 손가락을 펴고 흔들었다.
“그래. 조심해서 가.”
그가 무사히 나가자 이강철은 잠시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다. 첫날의 성과를 정리하고, 내일의 계획을 세우는 시간이었다. 포장마차에서 나온 이강철은 천천히 집으로 향했다. 그의 임시 거처는 서면에서 멀지 않은 원룸이었다. 작전을 위해 특별히 마련된 공간으로, 겉으로는 평범한 직장인의 집처럼 꾸며져 있었다.
“며칠 후에 아지트를 옮겨야겠어. 1주일을 넘기지 말라는 명령은 지켜야지...”
방에 들어선 이강철은 가장 먼저 문신 부위에 크림을 발랐다. 특수 잉크로 새긴 문신이지만, 그래도 피부 관리는 필요했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하루 하루를 사는 남자, 이강철... 아니, 이상철...! 너의 꿈은 뭐지...?’
경찰청 경위에서 조폭 행세를 하는 주방 보조까지. 하루 만에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기분이었다. 하지만 이것이 그의 일이었다. 정의를 위해, 시민의 안전을 위해 때로는 어둠으로 들어가야 하는 것이 그의 특수한 직업이었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서면의 야경은 여전히 화려했다. 네온사인들이 만들어내는 인공적인 빛들 사이로, 진짜와 가짜가 뒤섞인 이 도시의 이면이 느껴졌다. 방칠두라는 남자는 묘연했다.
중국 상하이에서 활동하는 조폭 두목이라고 했지만, 그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아직 부족했다. 다만 최근 부산 지역의 여러 조직과 연결고리를 만들고 있다는 메시지가 있었다.
‘그래, 여전히 정보가 부족해...’
그리고 오늘 목격한 미치코와 장팔수의 만남. 분명히 우연이 아니었다. 그들 사이에는 뭔가 중요한 거래나 계획이 진행되고 있는 것 같았다. 이강철은 간이 책상에 앉아 하루를 정리했다. 공식적인 보고서는 쓸 수 없었다. 대신 자신만의 암호로 된 메모를 작성했다. 언젠가 작전이 끝나면 이 기록들이 중요한 증거가 될 것이었다.
“다음부턴 몰카와 녹음기를 요청해야지...”
시계를 보니 새벽 1시가 넘었다. 내일 아침에도 식당에 나가야 하는 운명이었다. 이강철은 간단한 스트레칭을 한 후에 침대에 누웠다. 천장을 바라보며 그는 내일의 계획을 세웠다. 좀 더 자연스럽게 미치코와 조빙수에게 접근하는 방법을 궁리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그들의 신뢰를 얻어 더 깊은 정보에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 그 후엔 뭔가가 나오겠지...”
잠이 오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잠들기를 거부하고 있었다. 첫날의 긴장감이 아직 완전히 가시지 않은 상태였다. 이강철은 다시 일어나 창가로 다가 갔다. 서면의 밤은 여전히 깨어있었다. 24시간 편의점의 형광등, 늦은 시간까지 영업하는 술집들의 간판들, 그리고 드문드문 지나가는 택시들의 헤드라이트. 이 모든 평범한 일상 뒤에 숨겨진 어둠의 네트워크. 그것을 파헤치는 것이 자신의 임무였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도 조금씩 어둠에 물들어가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아니지, 그런 건 아니야... 시민의 지팡이는 내 신념이니까...”
문신을 새기고, 거친 말투를 쓰고, 조폭 행세를 하는 것. 모든 것이 연기였지만, 때로는 그 경계가 모호해질 때가 있었다. 오래 가면을 쓰고 있으면, 언젠가는 가면이 진짜 얼굴이 되어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이강철은 고개를 저었다. 그런 생각에 빠져서는 안 되었다. 자신에게는 돌아갈 곳이 있었다. 경찰청 동료들, 그리고 무엇보다 정의라는 신념과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큰 무기였다.
‘그래, 작전이 성공하길 바래야지...’
핸드폰을 들어 가족사진을 보았다. 부모님과 함께 찍은 작년 설날 사진이었다. 가족들은 자신이 위험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그저 성실한 경찰관으로 일하고 있다고만 알고 있었다.
“꼭 돌아가겠습니다.”
이강철은 사진 속의 부모님을 보며 속으로 다짐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안전하게 작전을 완수하고 돌아가겠다고 다짐했다. 새벽 공기가 차가웠다. 창문을 닫은 그는 다시 침대로 향했다. 이번에는 정말로 잠들어야 하는 것이었다. 내일부터는 더욱 치밀하고 신중히 행동해야 하니까 잠을 잘 자두는 것도 작전의 일환이었다.
“자자...! 자...”
눈을 감으며 이강철은 마지막으로 오늘 하루를 되돌아보았다. 미치코 식당에서의 첫 출근, 조빙수와의 만남, 수상한 손님들과의 조우, 그리고 구성진과의 은밀한 정보 교환까지. 모든 것이 계획대로 진행되었다. 하지만 이것은 단지 시작에 불과했다. 앞으로 더 많은 위험과 도전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었다.
“아함...!”
창밖에서 들려오는 서면의 밤 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술집에서 나오는 사람들의 웃음소리, 부두에서 들려오는 화물 선박의 경적, 그리고 멀리서 들려오는 기차 소리까지. 이 모든 소리가 하나의 심포니를 이루며 이강철을 잠의 세계로 안내했다. 내일이면 다시 새로운 도전이 시작될 것이었다.
상하이 늑대 작전의 첫째 날이 이렇게 막을 내렸다. 하지만 그것은 진새로운 시작이었다. 어둠 속에서 진실을 찾아가는 한 남자의 긴 여정이 이제 막 시작된 것이었다.
미치코 식당의 불빛이 완전히 꺼지고, 서면의 밤은 마침내 고요해졌다. 이강철의 마음속에서는 내일에 대한 기대와 긴장이 여전히 뜨겁게 타오르고 있었다. 그렇게 그 남자의 첫 번째 하루가 끝났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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