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소설 아카이브 17회 - 나는 혼자가 되었다 5화 - 홀로 남은 바다 (3)
하지만 졸음이 쏟아져 내렸다. 눈꺼풀이 무거워지고, 의식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이대로 잠들면 파도에 휩쓸려 얼굴이 물에 잠길 수도 있었다. 구명조끼가 있다고 해도 완전히 안전한 것은 아니었다.
‘깨어있어야 해... 깨어있어야 해...’
자신을 깨우려고 혀를 깨물었다. 아픈 감각이 잠시 졸음을 쫓아주었다. 하지만 이것도 한계가 있었다. 언젠가는 잠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었다.
자정을 넘어서자 남방주는 정말로 공포를 느끼기 시작했다. 이런 상태로 아침까지 버틸 수 있을까. 체온은 계속 떨어지고 있고, 체력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이렇게 죽는 건가... 이렇게 허무하게...’
절망적인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갔다. 하지만 곧 고개를 저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직 살아있고, 아직 의식이 있었다. 포기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김 아저씨가 뭐라고 했더라... 바다는 무섭지만 동시에 기회도 준다고...’
낚시하면서 김 씨 아저씨가 해준 말이 떠올랐다. 바다는 위험하지만 동시에 생명을 키우는 곳이기도 하다는 말이었다. 어딘가에는 섬이 있을 것이고, 어딘가에는 구조의 기회가 있을 것이었다.
새벽 1시, 남방주는 멀리서 불빛을 보았다. 처음에는 환상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정말 불빛이 깜빡이고 있었다.
“저기! 저기 불빛이...!”
구조선일까. 아니면 다른 배일까. 남방주는 목이 터져라 소리쳤다.
“여기요! 여기 사람 있어요! 도와주세요...!”
하지만 불빛은 점점 멀어져 갔다. 아마도 남방주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을 것이다. 실망감이 밀려왔지만, 동시에 희망도 생겼다. 이 바다에는 배들이 다니고 있었다. 언젠가는 구조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절대 포기하지 말자. 누군가 나를 찾고 있을 거야...’
새벽 2시, 급격한 추위로 인해 의식이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저체온증의 초기 증상이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위험할 수 있었다.
“더 움직여야 해... 계속 움직여야 해...”
남방주는 물속에서 제자리 수영을 시작했다. 큰 동작은 아니지만, 혈액순환을 돕기 위해 팔다리를 움직였다. 숨이 가빠졌고 체온이 조금 올라가는 것을 느꼈다.
새벽 3시, 하늘에서 무언가 소리가 들렸다. 헬리콥터 소리 같았다. 남방주는 급히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헬기다! 구조 헬기야...!”
정말로 헬리콥터가 멀리서 날아가고 있었다. 서치라이트로 바다를 비추며 무언가를 찾고 있는 것 같았다. 분명히 남영호 생존자들을 찾는 구조 헬기였다.
“여기요! 여기 있어요...!”
남방주는 팔을 흔들며 소리쳤다. 하지만 너무 멀어서 발견되지 않았다. 헬기는 다른 방향으로 날아가 버렸다.
‘그래도 나를 찾고 있어... 아직 희망이 있어...’
새벽 4시, 하늘 저편이 조금씩 밝아지기 시작하는 걸 어렴풋이 느껴졌다. 밤이 지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었다. 하지만 체온은 위험 수준까지 떨어져 있었고, 체력도 거의 바닥 상태였다. 조금, 희망이 생긴 건 동쪽을 알았다는 사실이었다.
‘아침이 오고 있어... 조금만 더 버티면 돼...’
하지만 의식이 점점 흐려졌다. 추위와 피로, 그리고 정신적 충격이 누적되어 한계에 도달한 것이었다. 눈꺼풀이 무거워지고, 현실감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잠들면 안 돼... 잠들면...’
하지만 더는 버틸 수 없었다. 의식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떠오른 것은 아내와 딸의 얼굴이었다.
‘미안해... 사랑해...’
새벽 5시, 남방주는 의식을 잃었다.
‘아...’
마지막 속삭임과 함께 그의 머리가 뒤로 젖혀졌다. 구명조끼와 허리춤의 수통들 덕분에 몸은 여전히 수면 위로 떴지만, 의식은 사라진 상태였다. 그의 얼굴은 창백해졌고, 입술은 파랗게 변해 있었다.
“쏴아아...!”
엄청난 파도가 다가왔다. 바닷물에 휩싸인 채 의식을 잃은 남방주의 몸은 나뭇가지처럼 파고에 휩쓸렸다. 넘실대는 파도가 그를 높이 들어 올렸다가 아래로 떨어뜨리기를 반복했다. 그의 몸은 저항할 힘도 없이 바다의 흐름에 완전히 맡겨진 채였다.
“찰랑... 찰랑...”
잔잔한 파도들이 그의 얼굴을 덮쳤다. 바닷물이 입안으로 들어왔지만, 의식이 없는 그는 반응하지 못했다. 구명조끼가 목을 받쳐 주고 있어서 얼굴이 완전히 물에 잠기지는 않았지만, 위험한 상황이었다.
바람과 조류는 그의 몸을 서서히 어딘가로 이끌고 있었다. 동쪽으로... 남쪽으로... 방향을 알 수 없는 미지의 바닷속으로. 거대한 손이 그를 어딘가로 인도하는 것처럼, 파도는 끊임없이 그의 몸을 어디론가 밀어내고 있었다.
해가 뜨기 시작했다. 수평선 위로 붉은 태양이 모습을 드러냈고, 바다는 황금빛으로 물들었다. 하지만 의식을 잃은 남방주는 그 아름다운 일출을 볼 수 없었다. 그의 몸은 파도에 실려 계속해서 떠내려가고 있었다.
“쏴아아... 철썩...”
파도 소리만이 적막한 바다에 울려 퍼졌다. 갈매기들이 머리 위를 날아갔지만, 그는 알아채지 못했다. 생명과 죽음의 경계선에서, 남방주는 바다 품에 완전히 맡겨진 채 어딘가로 흘러가고 있었다.
남영호가 침몰한 지 15시간이 지났다. 50명 중에서 지금도 살아있는 것은 몇 명이나 될까. 그리고 의식을 잃은 남방주는 과연 이 절망적인 표류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첫 번째 밤이 지나갔다. 하지만 그의 진짜 시련은 이제 막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끝없는 바다 위에서, 의식을 잃은 한 사람의 몸이 운명의 손길에 이끌려 미지의 목적지를 향해 떠내려가고 있었다. 과연 그 끝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계속>
캠핑 생존 바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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