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소설 아카이브 27회 - 나는 혼자가 되었다 - 제9화: 생존의 기술(2)
남방주는 눈을 가늘게 뜨고 바다를 주시했다. 그때였다. 물개들이 흩어진 자리에서 거대한 등지느러미가 수면 위로 솟아올랐다. 삼각형 모양의 날카로운 지느러미였다.
“앗! 상어...”
남방주의 입에서 저절로 단어가 흘러나왔다. 상어였다. 그것도 꽤 큰 상어였다. 등지느러미만 봐도 최소 3m는 넘어 보였다. 남방주는 등골이 서늘해졌다.
‘바다에 들어가면 안 되겠다...’
지금까지는 해안가에서 조개나 굴을 캐는 정도였지만, 앞으로는 더 조심해야 할 것 같았다. 특히, 낚시할 때도 물가에 너무 가까이 접근하면 위험할 수 있었다. 상어는 한동안 그 근처를 맴돌다가 깊은 바다 쪽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그 충격은 남방주에게 오래도록 남았다. 이 섬이 단순한 무인도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여기는 야생의 생태계가 살아 숨 쉬는 곳이었다.
갈매기, 물개, 상어... 그리고 아마 더 많은 생물이 바다와 섬을 터전으로 살아가고 있을 것이었다.
“나도... 생태계의 일부가 되어야 하는 건가...?”
그 생각이 무섭기도 했지만, 동시에 약간의 위안이 되기도 했다.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이었다. 비록 사람은 아니지만, 이 섬에는 수많은 생명이 함께 살아가고 있었다. 얼마 후 갈매기들이 다시 날아왔다. 어제 만났던 그 갈매기도 보였다. 남방주는 손을 흔들어 인사했다.
“안녕... 오늘도 만났네.”
갈매기는 고개를 기울이며 그를 바라봤다. 마치 대답하는 것 같았다. 다른 갈매기들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남방주를 관찰했다. 그들에게 인간은 신기한 존재인 듯했다.
“끼야악... 끼야악...”
갈매기들의 울음소리가 섬 전체에 울려 퍼졌다. 그 소리는 더는 무섭지 않았다. 오히려 반가웠다. 이 섬의 일상적인 소리, 생명의 소리였다. 남방주는 수집한 쓰레기들을 들고 쉘터로 돌아왔다. 이제 본격적으로 생존 도구들을 만들어야 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첫 번째로 어망을 수선했다. 구멍 난 부분을 로프 조각으로 묶어서 메웠다.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작은 물고기 정도는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 멸치도 생선이지...”
다음으로 낚싯대를 만들었다. 길고 곧은 나뭇가지를 골라서 낚싯바늘과 연결했다. 낚싯줄 역할을 할 실이 없어서 고민했는데, 쓰레기 더미에서 찾은 비닐 끈을 꼬아서 사용해 보기로 생각하니 흥이 저절로 솟구쳤다.
“훗...! 이제... 미끼가 문제네...”
물고기를 잡으려면 미끼가 필요했다. 갯지렁이나 작은 게를 잡아서 미끼로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남방주는 해안가로 다시 나가서 갯바위 사이를 뒤졌다.
“이끼 아래를 보자...”
썰물 때라 평소보다 더 많은 갯바위가 드러나 있었다. 바위 사이사이에는 다양한 바다 생물들이 숨어있었다. 작은 게들, 갯지렁이, 조개들... 남방주는 조심스럽게 그것들을 수집했다.
“요놈 봐라...”
갯지렁이를 잡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웠다. 손으로 잡으려 하면 금세 모래 속으로 숨어버렸다. 몇 번 시도한 끝에 요령을 터득했다. 빠르게 움직이지 말고, 천천히 인내심을 갖고 접근하는 것이었다.
“하나... 둘...”
갯지렁이 몇 마리를 잡은 남방주는 만족스러워했다. 이제 정말 낚시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갑자기 물속에서 큰 그림자가 천천히 지나갔다.
“뭐였지...?!”
남방주는 긴장했다. 혹시 상어가 가까이 온 건 아닐까. 하지만 자세히 보니 상어가 아니었다. 큰 물고기였다. 아마 민어나 농어 같은 것 같았다.
‘낚시 포인트로는 여기가 좋겠네...’
남방주는 그곳을 기억해뒀다. 큰 물고기가 지나다니는 곳이라면 낚시의 성공 확률이 높을 것이었다. 미끼를 구한 남방주는 본격적인 낚시에 도전했다. 갯지렁이를 낚싯바늘에 꿰고, 갯바위 끝에서 던졌다. 처음에는 채비가 자꾸 바위에 걸렸다. 몇 번 실패한 끝에 적당한 수심과 거리를 찾았다.
“제발... 제발 잡히자...”
남방주는 간절한 마음으로 기다렸다. 10분... 20분... 30분이 지나도 입질이 없었다. 조급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는 참았다. 낚시는 인내심의 게임이었다. 그때였다. 낚싯대 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어? 입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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