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소설 아카이브 23회 - 나는 혼자가 되었다 7화: 무인도의 현실 (4)


 

그는 마음 깊은 곳에 맹세를 새겨 넣었다. 불꽃은 희망이었고, 문명의 증표였으며, 숨 쉬는 생명의 징표였다. 어둠이 세상을 덮어오자 바람은 야수의 굶주림으로 달려들었다. 광풍은 먼지를 휘몰아치며 작은 불꽃을 집어삼키려 했고, 나약하게 일렁이던 불길은 다시 치솟았다가 무력하게 고개를 숙였다.

 

꺼지면 안돼...”

중얼거린 남방주는 몸을 둥글게 말아 성벽처럼 모닥불을 에워쌌다. 타는 듯한 연기가 뺨을 후려쳤지만, 불이 꺼져버릴지 모른다는 공포가 그 어떤 열기보다 뜨겁게 그를 달구고 있었다.

 

, 정말... 불이 꺼지면 안되는데...”

 

밤이 깊어질수록 공포는 더욱 엄습했다. 낮에는 그나마 참을 수 있었던 두려움이 어둠과 함께 몇 배로 불어났다. 멀리 숲 언저리에서는 알 수 없는 동물이 간헐적으로 우짖었다. 갈매기 울음이 아니었다. 그 울음은 낮은 금속음 같기도, 사람의 짧은 숨 같기도 해서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이 섬에 뭐가 사는 거지? 혹시 위험한 동물이...?’

 

불빛 너머로 어둠이 꿈틀거리자, 심장이 잠시 웅덩이에 빠지듯 내려앉았다. 상상력이 온갖 괴물들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남방주는 불씨를 지켜보며 자신에게 속삭였다.

 

바람은 불을 시험하고, 밤은 몸을 시험한다. 나는 이 시험을 넘는다. 불이 꺼지기 전에 잠들지 않는다.”

 

그 다짐 위로 모닥불이 파르르 고개를 들었다. 불씨는 살아있었다. 그리고 그 불씨 안에서 첫째 날이 슬며시 끝으로 기울고 있었다. 한밤중, 동굴 입구 근처에서 갈매기 울음소리가 들렸다. 남방주는 조심스럽게 밖을 내다봤다. 달빛 아래에서 갈매기 한 마리가 바위에 앉아 있었다. 낮에 만났던 그 갈매기 같았다.

 

끼야악...!”

 

갈매기가 낮게 울었다. 마치 안부를 묻는 것 같았다.

 

너도 잠 못 자? 나도 무서워서 잠을 못 자겠어...”

 

남방주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갈매기는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

 

이 섬에서 얼마나 살아야 할까? 구조대는 사람을 찾으러 올까?”

 

갈매기에게 묻는 말이었지만, 대답을 기대하지는 않았다. 그저 누군가와 대화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끼야악... 끼야악...”

 

갈매기가 대답하듯 울었다. 왠지 모르게 그 울음소리가 자신을 위로하는 거 같았다.

 

너는 자유롭겠다. 언제든 여기서 날아갈 수 있으니까... 부럽다.”

 

갈매기는 한동안 그 자리에 있다가 날개를 펼치고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남방주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부러움과 동시에 외로움을 느꼈다. 불을 지키며 밤을 보내는 동안, 남방주의 마음은 절망과 희망 사이를 오갔다. 때로는 여기서 죽는 건 아닐까 하는 공포에 휩싸였고, 때로는 반드시 살아서 집에 돌아가겠다는 의지로 가득 찼다.

 

그래, 지금 시간이면... TV를 보겠지... 아니, 나를 찾으려고 애를 태울거야...’

 

가족들의 얼굴이 계속 떠올랐다. 아내의 따뜻한 미소, 딸의 까랑까랑한 웃음소리... 가족을 다시 만나기 위해서라도 포기할 수 없었다.

 

아직 첫날이야. 벌써 단념할 수는 없어. 누군가 나를 찾고 있을 거야. 해경에서, 가족들이...’

 

하지만 현실적으로 생각해보면 이 넓은 바다에서 한 사람을 찾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더구나 여기 무인도가 어딘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수색자들이 자신을 찾을 수가 없다는 생각에 머물렀던 그는 연기를 피워서라도 알려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래도 노력은 해봐야지. 구조 신호도 보내고, 생존도 해야 하고...’

 

남방주는 화롯가 모래 위에 손가락으로 숫자 하나를 새겼다. 재가 날려, 그 숫자가 금세 흐려졌으나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내일은 로 이어질 것이었다. 첫날이 지나갔다. 죽을 뻔한 위기에서 살아남았고, 물도 구했고, 불도 피웠다. 작은 성취들이었지만 소중한 것들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현실의 무게도 느꼈다. 혼자라는 것, 언제 구조될지 모른다는 것, 이 섬에서 얼마나 오래 버텨야 할지 모른다는 게 그를 압박했다.

 

견디자... 끝까지...”

 

갈매기들의 울음소리가 자장가처럼 들려왔다. 그들도 이 섬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어떻게든 방법이 있을 것이었다. 포기하지 않으면, 희망을 잃지 않으면 말이다.

 

내일은 뭘 해야 할까...?”

 

남방주는 불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식량을 더 구해야 하고, 잠잘 곳인 쉘터를 만들어야 하고, 구조 신호도 준비해야 하는 것이었다. 할 일이 많았다.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다행이었다. 할 일이 있다는 것은 희망이 있다는 뜻이었다. 포기하지 않고 계속 노력한다면, 언젠가는 이 섬에서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머물렀다.

 

그래, 나는 잠시 떨어져 있는 거야...”

 

불씨가 따뜻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그 불빛이 어둠을 밀어내고 있었다. 남방주도 그 불처럼 꺼지지 않는 희망을 품고 있었다. 무인도에서의 첫날이 지나가고 있었다. 어려움의 시작이었지만, 동시에 새로운 삶의 시작이기도 했던 것이었다.

 

<계속>

 



[22회차 보기] | [24회차 보기]

🔔 회차를 놓치지 않으려면 팔로우(구독) 버튼을 눌러 주세요!

👉 📌 이 블로그 팔로우하기

🌐 전체 회차 보러 가기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생존 소설 아카이브 32회 그 남자의 하루 2화-언더커버(2)

생존 소설 아카이브 31회-그 남자의 하루 제1화 : 언더커버

생존 소설 아카이브 28회 - 나는 혼자가 되었다 - 제9화: 생존의 기술(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