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소설 아카이브 22회 - 나는 혼자가 되었다. 7화 무인도의 현실 (3)
‘이 섬을 지도로 바꿔라. 그래야 빠져나갈 길이 생긴다...’
그 판단 하나가 발걸음을 방향으로 바꿨다. 발이 닿는 곳마다 특징을 기억했다. 서쪽 절벽엔 갈매기 둥지가 많다. 북쪽 만은 썰물 때 여울이 드러나 식량을 얻기 쉽다. 해가 지는 남서쪽 사면에는 현무암 틈새가 있어 바람을 피할 수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동틀 녘, 절벽 정상에 서면 사방을 조망할 수 있다. 구조 신호는 거기에 세운다. 이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 규칙이다.
서쪽 절벽 근처에서 갈매기 한 마리가 바위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남방주는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갈매기는 사람을 경계하지 않는 것 같았다. 아마 이 섬에는 사람이 거의 오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안녕...”
남방주가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갈매기는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 검은 눈동자가 호기심 어린 표정이었다.
“끼야악...!”
갈매기가 한 번 울었다. 마치 대답하는 것 같았다.
“너희들은 여기서 어떻게 살아? 무엇을 먹고 살아?”
물론 갈매기가 대답할 리는 없었다. 하지만 남방주는 계속 말을 걸었다. 그동안 오랫동안 혼자 있었더니 누군가와 대화하고 싶었다. 비록 새이지만.
“나는... 나는 사람이야. 집에 가족이 있어. 아내하고 딸이... 그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어.”
갈매기는 여전히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이해한다는 듯이.
“끼야악...! 끼야악...!”
“너도 가족이 있어? 새끼들이 있나?”
남방주는 갈매기 둥지들을 살펴봤다. 몇몇 둥지에는 새끼들이 있는 것 같았다. 어미 갈매기들이 먹이를 물어오는 모습도 보였다.
“그래, 너희도 가족을 돌봐야 하는구나. 나처럼...”
갑자기 서글픔이 밀려왔다. 갈매기들은 가족과 함께 있는데, 자신은 혼자였다. 가족과 떨어져 있었다.
“나는 언제쯤 집에 가려나...?”
갈매기에게 질문했지만, 실제로는 자신에게 하는 질문이었다. 갈매기는 고개를 기울이며 그를 바라봤다. 마치 위로하려는 듯이. 오후가 되자 갑자기 무력감이 밀려왔다. 아침부터 열심히 생존을 위해 노력해왔지만, 실제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무인도에 갇혀있고, 여전히 혼자였고, 여전히 언제 구조될지 알 수 없었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봤자... 여기서 나갈 수 있을까...?’
절망감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지금까지의 의지와 희망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것 같았다. 남방주는 바위에 주저앉았다. 갈매기들이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니 더욱 부러웠다. 그들은 언제든 이 섬을 떠날 수 있었다. 하지만 자신은 갇혀있었다.
“하아... 내 신세가 바닥이야...”
깊은 한숨이 나왔다. 피로와 절망감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그제까지만 해도 평범한 회사원이었는데, 지금은 무인도에서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신세가 되었다.
‘이게 꿈이었으면 좋겠어... 악몽이었으면...’
하지만 바위의 차가운 감촉, 바닷바람의 짠내, 갈매기들의 울음소리... 모든 것이 현실이었다. 해가 서쪽으로 기울 무렵, 그는 전날 발견한 V자 동굴로 돌아왔다. 바람이 바위를 핥을 때마다 짠내와 비린내가 스몄지만, 동굴 안쪽은 건조했다. 무력감과 싸우며 그는 생존을 위한 작업을 계속했다. 포기하면 정말 끝이었다. 적어도 노력은 해봐야 했다. 그는 굴껍데기를 바닥에 둥글게 깔고, 모아온 송진·해초·솔가지로 삼층 구조의 화롯집을 쌓았다. 석영 결이 박힌 돌과 녹슨 철조각을 세 번 내리치자, 첫 불꽃이 송진 위에 앉았다.
“제발... 제발 켜져라...”
간절한 마음으로 숨을 불어넣자 불씨가 눈동자만큼 부풀었고, 이윽고 오렌지빛 화염이 바위를 물들였다.
“성공했다! 원시인에서 드디어 석기시대로...”
작은 성취였지만 큰 기쁨이었다. 남방주는 나무 향이 섞인 연기를 들이마시고 나서야 밑바닥에서부터 떨리던 두려움을 알아챘다. 살아서 얻은 불이라는 증거가 눈앞에서 타오르자, 두려움은 잿빛 연기로 바뀌어 천장으로 흘러 올라갔다. 그는 그 연기를 따라 시선을 들어 검은 바위 천정을 바라보았다.
‘나는 이 불을 지킨다. 살아있는 동안에는 꺼뜨리지 않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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