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소설 아카이브 30회-나는 혼자가 되었다 제10화: 무인도의 계절 (완결편)
한 달이 흘렀다.
남방주는 쉘터 앞에 앉아 손가락으로 모래 위에 세로줄을 그었다. 스물아홉 번째 줄이었다. 내일이면 서른 번째가 될 것이었다. 정확히 한 달. 남영호가 침몰한 그 날로부터 한 달이 지난 것이었다.
‘벌써... 한 달이나...’
시간의 무게가 어깨를 짓눌렀다. 처음 며칠은 하루하루가 기적 같았는데, 이제는 일상이 되어버렸다. 아침에 일어나 불을 지피고, 낚시하고, 음식을 구하고, 밤이 되면 모닥불 곁에서 잠드는 것. 그것이 그의 삶이 되었다.
‘그래, 하루가 지나고, 또 태양이 떠올랐네... 그러고 보니 인간 수명은 참 짧아... 저 태양은 한참이 지난 미래에도 똑같이 여기를 비추겠지... 나는 인간, 너는 태양...’
그는 몸은 많이 달라졌다. 도시에서 살 때의 하얀 피부는 구릿빛으로 그을렸고, 손은 거칠어져 나무껍질 같았다. 살도 많이 빠져서 갈비뼈가 드러났지만, 근육은 오히려 단단해졌다. 매일 몸을 움직이며 생활하다 보니 체력이 늘었다.
정신적으로도 변화가 있었다. 처음에는 매 순간 구조대가 올 것이라는 기대로 가득했는데, 이제는 그런 기대보다는 현실에 적응하는 것에 더 집중하고 있었다. 언젠가는 구조될 것이라는 희망은 여전했지만, 그 언젠가가 언제일지는 모르는 일이었다.
“끼야악... 끼야악...”
익숙한 갈매기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남방주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봤다. 수십 마리의 갈매기들이 절벽 근처를 맴돌고 있었다. 이상했다. 평소보다 훨씬 소란스러웠다.
“무슨 일이지?”
갈매기들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니,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바위 위에 작은 갈매기 새끼 하나가 떨어져 있었다. 손바닥보다 조금 클 뿐인 작은 몸집에는 회색빛 솜털이 부풀어 올라 있었다. 마치 회색 구름 조각을 뭉쳐놓은 것처럼 부드러워 보이는 털이 미풍에도 살랑거렸다. 아직 깃털이라 부르기엔 너무 가늘고 여린, 갓난아기의 솜털 같았다.
“이거, 새끼잖아...”
연한 버터 색을 띤 작은 부리는 아직 단단해지지 않아 말랑해 보였고, 부리 끝에는 희미한 주황빛이 감돌았다. 콩알만 한 검은 눈동자는 또렷했지만, 초점이 정확하지 않았고, 가늘게 뜬 눈꺼풀이 간간이 떨렸다.
“어미가 버렸나...?!”
분홍빛이 도는 가느다란 다리는 힘없이 웅크리고 있었고, 물갈퀴가 달린 작은 발가락들이 바위틈을 움켜쥐려 하지만 제대로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온몸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는데, 추위 때문인지 두려움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그냥두면 죽겠네...”
갓 부화한 지 얼마 안 된 새끼임이 분명했다. 아직 세상의 찬 공기와 거친 바람에 적응하지 못한, 어미의 품이 절실한 연약한 생명체였다.
“그래... 살펴보자...”
남방주는 조심스럽게 새끼에게 다가갔다. 어린 갈매기는 숨은 쉬고 있었지만, 매우 약해 보였다. 몸을 떨고 있었고,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고 있었다.
“큰 갈매기들이 외면하는데?”
주변의 어미 갈매기들을 살펴봤지만, 아무도 이 새끼를 돌보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거리를 두고 있었다. 남방주는 곧 무슨 일인지 이해했다.
‘맞아...버려진 거구나...’
자연계에서는 흔한 일이었다. 약하거나 병든 새끼는 어미가 포기할 수가 있었다. 전체 무리의 생존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남방주에게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일이었다.
“괜찮아... 괜찮을 거야...”
남방주는 조심스럽게 새끼를 손에 올렸다. 놀랍도록 가벼웠다. 손바닥만 한 크기에 몸무게는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작은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이 손끝으로 전해졌다. 갈매기들이 경계의 울음소리를 냈다. 하지만 남방주를 공격하지는 않았다. 지난 한 달 동안 쌓인 신뢰 때문인지, 아니면 이미 포기한 새끼라서 상관없다고 생각하는지...
“너희들이 포기해도... 나는 포기하지 않을 거야.”
남방주는 새끼를 품에 안고 쉘터로 돌아왔다. 불 가까이에 부드러운 풀을 깔고 새끼를 눕혔다. 체온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갈매기 새끼를 돌보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일단 무엇을 먹이로 줘야 할지부터 막막했다. 남방주는 기억을 더듬어봤다. 어릴 때 동물 다큐멘터리에서 본 내용들...
‘갈매기는... 갈매기는 잡식성이지. 물고기도 먹고, 곤충도 먹고...’
하지만 새끼는 다를 것이었다. 소화하기 쉬운 것부터 시작해야 했다. 남방주는 작은 물고기를 잡아서 잘게 으깨기 시작했다. 그러고 나서 새끼의 입에 조심스럽게 넣어줬다.
“어서... 먹어 봐...”
처음에는 거부했다. 고개를 돌리며 받아먹으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남방주는 포기하지 않았다. 계속 시도하다 보니, 새끼가 조금씩 받아먹기 시작했다.
“그래... 그렇게...”
작은 성공이었지만 남방주는 기뻤다. 이 작은 생명을 살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생겼다. 갈매기에 대해 알고 있는 지식을 총동원해봤다. 회사에서 출장 중에 읽었던 자연 관련 서적들, 어릴 때 봤던 백과사전의 내용들...
“그래, 갈매기를 읽은 기억이 있어...”
갈매기는 바다 새 중에서도 적응력이 뛰어난 종이었다. 전 세계 연안 지역에 서식하며, 잡식성으로 다양한 먹이를 섭취했다. 번식기는 보통 봄에서 여름 사이였고, 한 번에 2-3개의 알을 낳았다. 알에서 부화하기까지는 약 3-4주 정도 걸렸고, 부화한 새끼는 6-8주 후에 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완전한 성체가 되려면 2-4년이 걸렸다. 그 기간 깃털 색깔도 여러 번 바뀌었다.
‘지금 이 녀석은... 부화한 지 2-3주 정도 된 것 같아.’
새끼의 크기와 깃털 상태를 봐서 그렇게 추정했다. 만약 정상적으로 자란다면 3-4주 후에는 날 수 있게 될 것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어미 없이 키우는 것이 가능한가 하는 것이었다. 자연 상태에서 갈매기 새끼는 어미로부터 먹이를 받아먹고, 생존기술도 배웠다. 그 모든 것을 남방주가 대신해야 하는 것이었다.
‘어려워도... 해 보자. 나도 혼자 살아남았잖아.’
남방주는 마음을 굳게 다짐했다. 이 작은 생명체도 자신처럼 생존의 의지가 있다면 살아날 수 있을 것이었다. 첫 번째 밤이 가장 중요했다. 새끼가 체온을 유지할 수 있는지, 먹이를 소화할 수 있는지... 남방주는 밤새 새끼 곁을 지켰다. 몇 시간마다 한 번씩 먹이를 주고, 체온을 확인했다. 다행히 새끼는 하룻밤을 무사히 넘겼다. 아침이 되자 조금 더 활발해진 것 같았다. 고개도 더 잘 들었고, 울음소리도 커졌다.
“삐익... 삐익...”
가늘고 연약한 울음소리였지만, 남방주에게는 희망의 소리로 들렸다.
“이름을 지어줘야겠다... 뭐가 좋을까...?”
남방주는 생각했다. 이 작은 친구에게 어울리는 이름... 갑자기 떠오른 이름이 있었다.
“뽀송이... 뽀송이야. 너의 털이 이렇게 뽀송뽀송하니까.”
뽀송이. 회색 솜털이 뽀송뽀송한 이 작은 생명체에게 딱 어울리는 이름이었다. 이 무인도를 둘러싸고 있는 바다에서 태어나 자신에게 온 소중한 친구였다. 뽀송이를 키우는 일은 남방주의 일상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이제 일과의 중심이 뽀송이였다. 아침에 일어나면 뽀송이의 상태를 확인하고, 먹이를 준비했다. 낚시할 때도 뽀송이를 위한 작은 물고기를 따로 잡았다.
처음에는 물고기만 줬는데, 점차 다양한 먹이를 시도해봤다. 작은 게, 갯지렁이, 해초... 뽀송이는 대부분을 잘 받아먹었다. 식성이 좋은 편이었다. 일주일이 지나자 변화가 눈에 띄었다. 뽀송이의 크기가 확실히 커졌고, 깃털도 더 풍성해졌다. 무엇보다 활동량이 늘었다. 처음에는 거의 움직이지 못했는데, 이제는 쉘터 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삐익...! 삐익...!”
뽀송이의 울음소리도 더 크고 힘차졌다. 남방주가 다가가면 반갑게 울어댔다. 마치 자신을 키워주는 사람을 알아보는 것 같았다. 2주가 지나자 뽀송이는 쉘터 밖으로도 나오기 시작했다. 아직 날지는 못했지만, 짧은 거리는 뛰어다닐 수 있었다. 호기심도 많아져서 여기저기를 탐험하려 했다.
남방주는 뽀송이가 위험한 곳으로 가지 않도록 계속 지켜봤다. 절벽 근처나 바닷가는 특히 위험했다. 아직 날지 못하는 뽀송이에게는 추락이나 익사의 위험이 있었다. 그런데 3주째가 되자 특별한 변화가 일어났다. 뽀송이가 날개를 펼치기 시작한 것이었다. 처음에는 균형을 잡으려는 정도였는데, 점차 파닥거리는 시간이 늘어났다.
“우와... 날려고 하는 건가...?”
남방주는 흥미롭게 지켜봤다. 갈매기의 비행 연습을 이렇게 가까이서 볼 수 있다니... 도시에서는 상상도 못했던 경험이었다. 뽀송이는 날마다 날갯짓을 연습했다. 처음에는 몇 초 동안만 펄럭였는데, 점차 시간이 늘어났다. 그리고 작은 점프를 하면서 날개를 펼치는 것이었다.
남방주는 뽀송이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며 신기함을 느꼈다. 생명이 성장하는 모습은 정말 경이로웠다. 한 달 전만 해도 죽어가던 작은 새끼가 이제는 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동시에 복잡한 감정도 들었다. 뽀송이가 날 수 있게 되면... 자신을 떠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것이 자연스러운 일이고, 뽀송이에게는 좋은 일이었다. 하지만 남방주에게는 또 다른 이별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자유롭게 해줘야지. 그게 맞는 거야.’
남방주는 마음가짐을 다시 세웠다. 뽀송이를 키운 것은 자신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생명을 구하고 싶어서였다. 그 목적이 달성되려면, 뽀송이는 자유로워져야 하는 게 정답이었다.
한 달째가 되는 날, 뽀송이에게 변화가 일어났다. 아침부터 평소와 다르게 행동했다. 계속 하늘을 바라보며 날개를 펼쳤다. 그리고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고 날개 짓을 하는 것이었다.
“오늘... 오늘 날 건가?”
남방주는 직감했다. 뽀송이가 드디어 첫 비행을 시도할 것 같았다. 갈매기의 습성상 보통 6-8주 정도면 날 수 있게 되는데, 뽀송이도 그 시기가 된 것 같았다. 남방주는 뽀송이를 따라 조금 높은 바위로 올라갔다. 안전한 거리에서 지켜보고 싶었다. 만약 실패해서 떨어지더라도 바로 도와줄 수 있는 위치였다.
‘자... 훨훨 날아야지...’
뽀송이는 바위 끝에 서서 한동안 망설였다. 바람의 방향을 확인하고, 날개를 여러 번 펼쳐봤다. 그리고 갑자기...
“삐익...!”
큰 소리를 내며 바위에서 뛰어내렸다. 날개를 힘차게 펼치며 공중으로 몸을 던진 것이었다. 처음에는 떨어지는 것 같았다. 남방주는 가슴이 철렁했다. 하지만 뽀송이는 곧 날개를 조절하며 균형을 잡았다. 그러고는 마침내 날았다.
“우와와... 진짜 잘 날고 있어...!!”
남방주는 감탄했다. 뽀송이가 하늘을 비행하는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다. 비록 아직 어설펐지만, 분명히 날고 있었다. 뽀송이는 몇 분 동안 쉘터 주변을 맴돌았다. 그리고 남방주가 있는 바위로 다시 내려왔다. 착지는 좀 어설펐지만, 무사히 성공했다.
“삐익! 삐익!”
뽀송이가 흥분해서 울어댔다. 자신이 날았다는 것을 자랑하는 것 같았다. 남방주는 손뼉을 쳤다.
“잘했어! 정말 잘했어! 짝짝짝...!!”
그날부터 뽀송이는 매일 비행을 연습했다. 처음에는 짧은 거리만 날았는데, 점차 거리가 늘어났다. 그리고 기술도 늘어서 이제는 다른 갈매기들처럼 자유롭게 날 수 있게 되었다. 남방주는 뿌듯했다. 죽어가던 작은 생명을 구해서 이렇게 건강하게 키웠다는 것이 자랑스러웠다. 하지만 동시에 아쉬움도 있었다. 뽀송이가 자립할 수 있게 되면, 언젠가는 자신을 떠날 것이었다.
“그래, 떠나는 게 좋은 거야...”
그런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뽀송이가 날 수 있게 된 후에도 남방주 곁을 떠나지 않는 것이었다. 낮에는 다른 갈매기들과 함께 날아다니며 놀기도 했지만, 저녁이 되면 항상 쉘터로 돌아왔다.
“너... 여기가 집인 줄 아는구나.”
남방주는 웃었다. 뽀송이에게는 이곳이 집이었고, 남방주가 가족이었다. 비록 다르지만, 정말 가족 같은 느낌이었다. 바다와 함께 지내는 날들은 남방주에게 새로운 의미를 가져다주었다. 혼자라는 외로움이 많이 줄어들었다. 누군가와 함께 있다는 것, 누군가를 돌본다는 것이 이렇게 큰 힘이 될 줄 몰랐다.
뽀송이는 점점 더 똑똑해졌다. 남방주의 기분을 읽을 줄 알았고, 때로는 낚시를 도와주기도 했다. 하늘에서 물고기 떼를 발견하면 남방주에게 알려주었다.
“가르륵! 가르륵!”
뽀송이가 특별한 울음소리를 내며 바다 쪽을 가리켰다. 그쪽으로 가보면 정말 물고기들이 몰려있었다. 새의 시각이 남방주보다 훨씬 뛰어났다. 어느 날은 뽀송이가 물고기를 잡아서 가져오기도 했다. 자신보다 더 큰 물고기를 잡아 와서 남방주와 나눠 먹었다. 정말 기특했다.
“고마워, 뽀송아. 덕분에 든든하다.”
남방주는 바다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뽀송이는 기분 좋다는 듯이 목을 늘였다. 그렇게 몇 주가 더 지났다. 뽀송이는 이제 완전히 성장한 갈매기가 되었다. 크기도 다른 성체 갈매기들과 비슷해졌고, 비행 실력도 뛰어났다. 하지만 여전히 남방주 곁을 떠나지 않았다. 오히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려고 다가왔다. 마치 은혜를 갚으려는 것처럼...
어느 날 저녁, 남방주는 모닥불 곁에 앉아 바다를 바라봤다. 바다도 그의 옆에 앉아 불을 바라보고 있었다. 평화로운 순간이었다.
“뽀송아... 고마워.”
남방주는 진심으로 말했다.
“너 덕분에...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았어. 이 섬에서도 가족을 만들 수 있다는 걸...”
뽀송이는 고개를 기울이며 남방주를 바라봤다. 마치 이해한다는 듯이.
“나도...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존재구나. 가족들이 나를 기다리는 것처럼, 너도 나를 기다려줬어.”
그 순간 남방주는 깨달았다. 자신이 뽀송이를 구한 것이 아니라, 뽀송이가 자신을 구한 것이라는 것을. 외로움과 절망에 빠져있던 자신에게 희망과 의미를 가져다준 것은 바로 뽀송이였다. 생명을 돌보는 일, 누군가를 책임지는 일, 그리고 사랑하는 일... 그런 것들이 자신을 더 강하게 만들어줬다. 단순한 생존이 아니라,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게 해줬다.
“끼야악... 끼야악...”
뽀송이가 대답하듯 울었다. 그 울음소리에는 고마움과 애정이 담겨있는 것 같았다. 한 달 반이 지났다. 남방주는 어느 때보다 평화로운 마음으로 해돋이를 바라봤다. 뽀송이도 그의 옆에서 함께 일출을 감상하고 있었다. 일상이 되어버린 풍경이었지만, 여전히 아름다웠다.
‘이제... 이제 정말 적응한 것 같아.’
남방주는 생각했다. 처음에는 하루하루 버티는 것이 전부였는데, 이제는 이곳에서의 삶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여전히 집에 돌아가고 싶었지만, 그 간절함이 절망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뽀송이와 함께하는 삶이 그에게 새로운 관점을 주었다. 혼자가 아니라는 것, 누군가를 돌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자연과 조화롭게 살 수 있다는 것...
“뽀송아, 오늘도 낚시 도와줄 거지?”
남방주가 말하자 뽀송이가 활기차게 울어댔다. 이제는 완벽한 팀워크였다. 뽀송이가 물고기 떼를 찾아주면 남방주가 낚시를 하고, 잡은 물고기는 둘이 나눠 먹었다. 그런데 오늘은 뭔가 달랐다. 뽀송이의 행동이 평소와 달랐다. 자주 하늘을 바라보며 다른 갈매기들의 울음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남방주는 뽀송이의 변화를 눈치챘다. 뭔가 불안해하는 것 같았다. 아니면... 뭔가를 결정하려는 것 같았다. 오후가 되자 많은 갈매기가 섬 위로 몰려들었다. 평소보다 훨씬 많은 수였다. 그들은 계속 울어대며 어딘가를 향해 날아가려는 것 같았다.
“저들이... 이주하는 건가?”
남방주는 생각했다. 계절이 바뀌면서 갈매기들이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것일 수도 있었다. 철새는 아니지만, 갈매기들도 먹이나 기후에 따라 서식지를 옮기는 경우가 있었다. 뽀송이도 그 무리에 끌리는 것 같았다. 계속 그들을 바라보며 울어댔다. 마치 함께 가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가고 싶으면... 가도 돼.”
남방주는 뽀송이에게 말했다. 가슴이 아팠지만, 뽀송이의 자유를 막을 수는 없었다.
“너에게는 동족들이 더 중요할 거야. 나는... 나는 괜찮아.”
하지만 뽀송이는 남방주 곁을 떠나지 않았다. 다른 갈매기들이 날아가는 것을 바라보기만 할 뿐, 따라가지는 않았다. 해가 질 무렵, 대부분의 갈매기가 섬을 떠났다. 몇 마리만 남았는데, 뽀송이도 그중 하나였다.
“고마워... 남아줘서...”
남방주는 뽀송이를 안아줬다. 뽀송이는 편안하게 그의 품에 안겼다. 그날 밤, 남방주는 오랜만에 일기를 써봤다. 쓰레기에서 주워온 펜과 종이 조각으로...
“한 달 반이 지났다. 뽀송이라는 친구를 얻었다. 혼자가 아니라는 것이 이렇게 큰 힘이 될 줄 몰랐다. 아직 구조는 되지 않았지만, 절망적이지 않다. 살아있다는 것,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인 것 같았다. 언젠가는 집에 돌아갈 것이다. 그때까지 뽀송이와 함께 이곳에서 잘 살아가겠다.”
에필로그
그렇게 남방주의 무인도생활은 계속되었다. 뽀송이와 함께하는 나날들 속에서 그는 진정한 생존의 의미를 깨달았다. 단순히 목숨을 부지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가치와 의미를 찾는 것이 진정한 생존이었다. 갈매기 새끼 뽀송이를 구하고 키우는 과정에서 그는 자신도 구원받았다. 외로움과 절망 대신 사랑과 희망을 발견했다. 그리고 자연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
언젠가는 구조될 것이라는 희망을 간직한 채, 남방주는 뽀송이와 함께 무인도에서의 새로운 삶을 이어갔다. 그에게 이곳은 더는 감옥이 아니었다. 뽀송이라는 가족이 있는, 따뜻한 집이었다.
수평선 너머로 해가 지고 있었다. 남방주와 뽀송이는 나란히 앉아 그 아름다운 석양을 바라봤다. 내일 또 어떤 하루가 기다리고 있을까. 그것이 무엇이든, 둘이 함께라면 이겨낼 수 있을 것이었다.
갈매기들의 울음소리가 바람에 실려 퍼져나갔다. 그 소리는 외로움의 표현이 아니었다. 생명의 찬가였고, 희망의 메시지였다. 무인도의 밤이 깊어갔다. 하지만 남방주의 마음은 더없이 평화로웠다. 사랑하는 존재, 뽀송이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로부터 한 달 후 남방주는 지나가는 무역 선박으로부터 구조되었다. 그의 무인도 탈출 이야기는 그렇게 종료되었습니다.
- 중편소설 "나는 혼자가 되었다" 완결 -
작가의 말
중편소설 "나는 혼자가 되었다"를 마지막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남방주와 뽀송이의 이야기가 여러분에게 작은 감동과 위로가 되었기를 바랍니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장편 연재를 예고합니다. 더욱 깊이 있고 상세한 이야기로 신작된 『무인도 생존 프로토콜』이 곧 연재를 시작합니다.
난파선에 의한 다른 주인공의 더 길고 치열한 생존기, 무인도에서 벌어지는 엄청난 사건들, 그리고 그 이후의 이야기까지 담을 예정입니다. 여기 생존 소설 아카이브에서는 사실과 허구가 공존하는 인간의 생존을 끝까지 추적하여 구독자 여러분께 깊은 감동으로 찾아뵙겠습니다. 구독과 아울러 팔로우를 부탁드립니다.
저자 유경종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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