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소설 아카이브 20회 - 나는 혼자가 되었다 7화 무인도의 현실 (1)

  7화 무인도의 현실


    <무인도 조개 채취- 생존 환경에 적응하는 남방주> 


해가 떠오르기 전, 섬은 숨을 죽인 덩굴처럼 검었다. 바다는 더 검었다.

남방주는 아직 온기가 남아있는 바위 위에 등을 기댄 채, 두 눈을 뜨고 어둠의 윤곽을 읽었다. 피곤이 아니라 두려움이 눈꺼풀을 붙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파도는 숨을 쉬듯 규칙적으로 밀려왔지만, 그 리듬은 도시에서 듣던 파도소리와 달랐다. 갯바위 사이를 긁고 부서질 때마다 뼈에 금이 가는 깨짐이 섞여 있었다.

 

파도 소리가 들리니 꿈은 아니다...’

 

그런 직감이 공포로 변하기 전에, 그는 몸을 일으켰다. 어둠 속에서 움직이는 것은 위험했지만, 가만히 앉아 두려움에 잠식되는 것은 더 위험했다. 칠흑 같은 검은 바다에서 갈매기들의 희미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들도 잠들지 못하는 걸까. 아니면 밤에도 활동하는 걸까. 남방주는 알 수 없었다. 이 섬의 생태계에 관해, 이곳의 위험에 관련하여 그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 막막하다...!”

 

그는 고작 중얼거릴 뿐이었다. 그 무력감은 자신을 한없이 초라하게 만들었다. 그래도 회사에서는 중견 간부였다. 인간 사회에서는 자신이 그래도 필요한 존재라고 생각했는데, 여기선 갈매기마저 자신보다 한 수 위인 건 분명했다.

 

그래... 나는 무인도 초보이고, 아는 게 하나도 없지... 젠장...!!”

 

바람이 불 때마다 나뭇잎이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그 소리 사이사이에 다른 소리들이 섞여 있었다. 뭔가 움직이는 소리, 부스럭거리는 소리, 그리고 때로는 사람의 숨소리 같기도 한 이상한 소리들...

이 섬에 나 말고 다른 생물들이 살고 있을까? 위험한 동물들이...?’

 

공포는 상상력을 자극했다. 어둠 속에서 그 상상력은 온갖 괴물들을 만들어냈다. 독사, 맹수, 그리고 혹시 모를 다른 조난자들... 하지만 그들이 배가 고파서 아무거나 잡아먹을 수도 있었다. 남방주는 생각했다. 과거에 어느 잡지 기사를 읽은 충격적인 사건들... 북극에 불시착한 여객기에서 1년 동안 생존한 사람의 증언은 기괴했다. 영하 40도가 넘는 극 추위에서 어떻게 1년이란 긴 기간 동안 생존했을까. 그 의문점은 죽은 승객들이 무려, 300구가 넘었다는 것이었다.

 

그 잡지 기사의 끝머리에 달린 문장은 의문문이었다.

 

그 많은 시체는 어디로 사라졌을까...? 영하 40도가 넘는 북극에서...’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만약에 여기에도 그런 사람이 있다면 자신이 먹잇감이 되는 건 시간문제라고 생각했던 남방주는 두 눈을 번득거렸다.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동쪽 하늘 끝자락이 붉어질 때, 공기는 서늘한 소금기 대신 미세한 흙 냄새를 품었다.

 

... 섬을 돌아봐야겠네...”

 

남방주는 땅을 맨발로 느끼며 걸었다. 말라붙은 해초와 굴껍데기가 발바닥을 찔렀지만, 고통은 오히려 현실을 확인해 주었다. 아직 살아있다는 증거였다. 아직 느낄 수 있다는 증거였다. 바닷가 언덕을 돌아선 순간, 새벽빛이 한 줄기 칼날처럼 수평선을 갈랐다. 그 빛은 검은 물결 위를 돌 조각처럼 튕기며 번져나갔고, 섬의 가장자리에 매달린 풀 한 포기도 끝을 따뜻하게 물들였다.

 

, 눈이 부시네...”

 

빛 앞에서 두려움은 잠시 주춤했다. 하지만 빛이 넓어질수록, 남방주는 자신이 발 디디고 있는 자리가 사방이 바다뿐인 작은 섬이라는 사실을 더 또렷이 확인해야 했다. 그 인식은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몸속 근육을 얼게 하는 중력처럼 내려앉았다. 저 멀리 수평선을 바라보며 그는 깨달았다. 아무리 멀리 봐도 육지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이 섬이 얼마나 고립되어 있는지를. 구조가 얼마나 어려울지를...

 

여기서 죽는 건가? 이렇게 혼자서...?’

 

공포가 다시 밀려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절망이 아닌 분노가 뒤따랐다. 아직 죽을 때가 아니라는 분노. 가족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의무감. 그는 손을 펴서 떨림을 가라앉혀 보았다. 손끝이 느끼는 공기는 투명했지만 차갑게 젖어 있었다. , 한 가지 생각이 몸을 관통했다.

 

너는 지금, 여기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라. 남방주... 쫄지 말고...’

 

자신이 자신을 나무라는 목소리가 내면에서 둔탁하게 울렸다. 아니 자신의 목소리였다. 두려움을 어루만질 시간이 길어질수록, 공포는 몸속에서 뿌리를 길게 내린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해안선을 따라 난 얕은 소()로 몸을 숙이자 투명한 새우 떼가 한꺼번에 흩어졌다. 남방주는 바닷물이 빠진 웅덩이에서 덜 자란 고둥과 물에 잠긴 파래를 모았다.

 

비린내가 끈적이듯 손에 달라붙었지만, 먹을 수 있다는 생각이 그것을 모으기 시작했다. 굴껍데기 가장자리를 돌멩이로 내려치자, 부서진 알맹이가 반쯤 투명한 새벽빛을 머금고 눈처럼 흩어졌다. 살점을 조금 떼어낸 그는 혀끝에 올려보았다. 짠맛과 비린 맛이 중첩되었다. 생굴 특유의 미끄러운 질감이 입안을 가득 채웠다. 굴이 있다는 건 생존을 의미했다. 하지만 굴이 비브리오에 감염되었다면 생존은 더욱 짧아질 수 있었다. 익혀야 하지만 당장 배고픔은 어쩔 수 없었다.

 

우선, 먹고 원기를 차리자...’

<계속>


생존에 모든 것이 들어있는 책! 최악의 상황에도 생존합니다.

<캠핑생존바이블>  저자 유경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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